[이 아침에 만나는 시]장철문, '하루살이, 하루살이 떼'

  • 입력 2003년 10월 1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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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 지랄,

저것들이 저렇게 환장하게, 육실허게 붐벼쌓는 건

살아서 좋다는 것인가

살아서 못 살겠다는 것인가

염병, 염병,

저것들이 저렇게 미치게 몰켜쌓는 건

어쩌란 것인가

어떻단 것인가

오살, 오살,

서산에는 막걸리 한 동이 걸판진데,

바짓가랭이 타고 오르는

풀냄새,

환장혈 풀냄새

어떤 여편네 와서

가슴패기 호밋날로 칵 찍어줬으면

육실, 육실,

저것들이 왜 저 지랄인가

이것이 왜 이 지랄인가

이 물살,

가슴물살 살물살을 어쩌자는 것인가

어쩌라는 것인가

-시집 '산벚나무의 저녁'(창작과비평사)중에서

하루살이는 핑계고 ‘육실허게 붐벼쌓고, 미치게 몰켜쌓는 건’ 저이의 가슴속 물살이다. 지랄 지랄, 오살 오살, 하루살이 떼처럼 들끓는 육두문자가 저리 살갑고, 흥겨운 가락인 건 무슨 까닭인가?

하루살이는 허망함의 상징이다. 그러나 하루살이가 알면 코웃음 칠 일. 무생무탈(舞生舞脫), 춤추며 왔다가 춤추며 가는 삶의 경지를 아느냐.

살아서 좋다는 것인지, 살아서 못 살겠다는 것인지 ‘하루살이 공안(公案)’은 더 이상 공안이 아니다.

지랄과 오살 빼면 삶은 얼마나 싱거운 백비탕(白沸湯·맹탕으로 끓인 물)이냐, 핏속 가득 차오르는 뜨거운 물살이 그 답이다. 삶은 덧없다. 덧없으니 뜨겁게 살자.

반칠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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