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토 중사는 다시 찬물에 적셔 짠 수건을 나미코의 이마에 올려놓고는 손바닥으로 바닥을 딛고 일어섰다.
“나미코, 고향에 돌아가면 내 자식들 많이많이 낳아줘….”
“고마웠습니다, 또 오세요.”
“그런 남 같은 소리 말고.”
“…미안해요.”
“그렇다고 미안하기는…눈치 봐서 빠져나올 수 있으면, 오늘 밤 뭐 좀 가져올게. 그리고 이거, 고마웠어. 늘 지니고 있을게.”
웃으면서 돌아서는 가토 중사의 얼굴을 보자 등줄기가 서늘해졌다…죽을상이다…낙원에 끌려온 지 1년 3개월…저런 얼굴의 병사를 몇 명이나 배웅했었다…그들 중에 살아 돌아온 사람은 없다…나미코는 빨간 부적을 꼭 쥐고, 벽에 걸려 있는 검정 뉴똥 치마와 하얀 비단 저고리를 올려다보았다. 어느 날 아침 식당에서 마주앉은 고하나 언니의 얼굴 역시 죽을상이었다…그리고 일주일이 채 안 돼 허리띠로 목을 매고 죽었다…전쟁이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갈 때 입으라고 저 치마저고리를 줬는데, 전쟁이 끝나면, 나는, 내가 아니다. 다른 나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중국이나, 만주나, 일본에서…자기 얼굴에 떠오른 죽을상도 알아볼 수 있을까…어느 날 아침 문득 거울을 들여다보았더니….
콰당, 하고 난폭하게 나무문을 열고 들어온 남자의 군복에는 줄이 두 개, 훈장이 두 개 달려 있었다, 중위다….
“어서 오세요. 그쪽에 앉으세요.” 자기 목소리가 자기 귀에 축 늘어지게 들렸다.
바지와 속바지를 내린 남자가 훈도시를 풀고 나미코의 얼굴 앞에 우뚝 섰다. 나미코가 위생색을 꺼내려 하자,
“그런 건 필요 없고.”
“군율이라서….”
“그거야 사타구니에 넣을 때나 필요한 규칙이고. 조선 계집들은 하도 많이 임병에 걸려서, 거기에다는 넣을 수가 있어야지.”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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