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낭독이 끝난 뒤 ‘세종 예술종합아카데미’에 대한 질문이 집중됐다. 아카데미 졸업생에게 어떤 자격증을 주는지 물었다. 김 사장은 참석자들이 알아듣지도 못하는 이탈리아어를 섞어가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예를 들어보면요, ‘겨울 나그네’를 노래한다고 하면 악보만 알 것이 아니라 슈베르트 시대의 작품배경도 제대로 이해하도록 하고….” 그러나 끝까지 들어봐도 자격증에 대한 설명은 나오지 않았다.
기자가 “모든 문제를 사장이 답변할 필요는 없으니 실무자가 답변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자 “아직 진행 중인 사안이라 실무자가 답변하는 것은 적당치 않다”는 이해하기 힘든 응답이 돌아왔다.
이어 “이 학교는 예술 전문인을 위한 것이냐, 일반인 과정도 개설하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김 사장은 “먼저 음악 과정으로 시작해 무용 등 기타 과정도 검토하겠다”는 엉뚱한 답변만 했다. 대답 도중 “나도 라 스칼라 극장에서 일해 보았지만…”이라는 등 질문과 상관없는 자신의 신상 소개도 이어졌다.
이날 여러 본부장과 산하 단체장들이 자리를 함께했으나 모든 답변은 사장이 독점했다. 결국 이런저런 질문에 대해 속 시원한 설명은 들을 수 없었다. 문득, 세종문화회관의 운영에 있어서도 실무자들의 지식이 무시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전문가인 간부들은 들러리 역할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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