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카페]'인터넷 다음은 로봇이다' 펴낸 배일한씨

  • 입력 2003년 10월 3일 18시 05분


기자의 역할 중 한 가지로 ‘전문가와 대중을 이어주는 교량’을 꼽는다면 ‘인터넷 다음은 로봇이다’(동아시아)의 저자 배일한씨(34·전자신문 기자·사진)는 직업적 임무에 충실한 인물이다. 국내외 ‘로봇 산업계’를 취재해 온 기자로서 그는 이 책에서 ‘로봇’과 ‘로봇 산업’의 현황과 미래를 비교적 정확하고 알기 쉽게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그는 “로봇에 관한 올바른 상식을 전달해주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공장에서 일하는 산업용 로봇의 숫자는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많다.

“하지만 이 수치가 한국이 세계 5위의 로봇 강국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로봇 강국이 되려면 외국에서 개발한 로봇을 사용하는 것보다는 ‘한국만의 로봇’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일본이 두 발로 걷는 로봇을 현실화했다면 한국은 ‘다른 개념’의 로봇을 만들어야 일본의 로봇 산업을 뛰어넘을 수 있다. 배씨는 “따라서 한국의 로봇 산업에 필요한 것은 기술력이 아니라 상상력”이라고 지적한다.

“만약 누군가 새로운 개념의 로봇을 개발한다면 그 기술은 곧 세계의 ‘표준 기술’이 됩니다. 로봇 산업에서 상상력이 중요한 것은 이 때문입니다. 로봇 산업에 돈만 투자한다고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로봇을 바라보는 서구와 일본의 시각 차이를 소개하는 부분도 눈길을 끈다. 미국과 유럽인들은 “로봇이 발전하면 언젠가는 인간을 지배할하거나 악영향을 미칠 것(성악설)”이라며 로봇 산업 발전의 부작용을 두려워하는 데 비해 일본인들은 “로봇은 인간의 친구로 잘 대해주면 로봇도 인간에게 충성할 것(성선설)”이라고 생각한다는 것. 아이작 아시모프가 그의 소설 ‘나, 로봇’에서 “로봇은 인간에게 위해를 가해서는 안 된다”는 로봇 공학 3원칙을 발표한 것은 서구인들의 시각을 반영한다. 반면, 데쓰카 오사무의 만화영화 ‘아톰’을 보고 자란 일본인들은 서구인과는 다른 견지에서 로봇에 접근한다. 그렇다면 배씨 자신은 로봇을 어떤 존재로 생각하고 있을까.

“로봇은 그 자체로는 선한 존재도 악한 존재도 아닙니다. 다만 인간의 욕망이 반영되는 기계일 뿐이지요.”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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