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장비고장 음악 스톱… 메릴린 맨슨 ‘엽기 콘서트’

  • 입력 2003년 10월 5일 17시 09분


4일 록 밴드 ‘메릴린 맨슨’의 내한 공연에서 리더인 메릴린 맨슨이 열창하고 있다. 공연을 마친 뒤 그는 “바로 직전에 가졌던 일본 공연에 비해 한국 팬들의 호응이 너무 뜨거워 놀랐으며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 액세스 엔터테인먼트
4일 록 밴드 ‘메릴린 맨슨’의 내한 공연에서 리더인 메릴린 맨슨이 열창하고 있다. 공연을 마친 뒤 그는 “바로 직전에 가졌던 일본 공연에 비해 한국 팬들의 호응이 너무 뜨거워 놀랐으며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 액세스 엔터테인먼트
악마주의적 일탈행위로 악명을 떨쳐온 미국 록 밴드 ‘메릴린 맨슨’이 4일 오후 6000여명의 관중이 서울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첫 번째 내한 공연을 가졌다. 이들은 무대 바닥을 기는 등 몸을 사리지 않는 열정을 과시했으나 공연 막바지의 ‘사고’ 때문에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앙코르를 제외한 마지막 곡인 ‘더 뷰티플 피플(The Beautiful People)’의 마지막 30초를 남겨둔 채 오후 8시45분경 맨슨의 마이크가 꺼지더니 멤버들이 모두 아쉬운 표정으로 퇴장해버렸다. 이 때 “여러분, 아쉽죠. 저도 아쉽습니다. 공연은 이걸로 끝났고 앙코르는 없습니다”란 간단한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어리둥절해진 관객들은 그래도 계속 자리를 지켰으나 무대위의 멤버들을 끝내 다시 볼 수 없었고, 20분 후 “사운드기기 과부하로 장비가 고장 나 공연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양해바랍니다”란 두 번째 방송을 듣고서야 발길을 돌렸다. 일부 관중들은 환불을 요구하거나 말없이 나가버린 맨슨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공연을 마친 뒤 맨슨은 “바로 직전에 가졌던 일본 공연에 비해 한국 팬들의 호응이 너무 뜨거워 놀랐으며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나중에 관중들은 공연 중단사태와 그 사유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주최측인 공연기획사 ‘액세스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에 600여건의 항의의 글을 올렸다. 이에 기획사 측은 5일 오후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관객의 열광에 스스로 흥분한 맨슨이 계속 사운드 볼륨을 높인 데다, 댄서들에게 샴페인을 뿌리면서 근처 장비들을 적셔버려 누전이 발생했다”며 “초반 상황 대처가 미흡했던 점에 대해 관객들에게 사과드린다”고 뒤늦게 해명했다.

한편 이날 공연에서 맨슨은 사전 각서를 쓴 탓인지 눈에 띄게 기괴한 행위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단지, 히트곡 ‘몹신(mOBSCENE)’에서 두 여성 댄서가 관객들을 향해 다리를 벌렸다 오므리는 관능적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스위트 드림즈(Sweet Dreams)’를 부를 때 엎드려 있던 댄서의 허리띠에 마이크를 꽂아 엉덩이에 대고 노래한 것처럼 보인 장면 정도가 관객들에게 다소 아슬아슬하게 느껴졌을 뿐이다.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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