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고전 ‘장끼전’이 이렇게 재미있는 줄 처음 알았다. 물론 장끼가 ‘콩 한알’을 먹으려다 꿩덫에 걸려 죽고 ‘새들의 조문’ 후 남은 까투리가 새 장끼를 만나 ‘다시 행복을 찾게 된다’는 줄거리는 아이들의 정서와 동떨어졌을 수 있다. 그러나 여러 새들을 등장시켜 인간세계를 풍자한다든지 조선시대 사회상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면에서 어린이 책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고문의 분위기를 잘 살렸으면서도 속도감 있는 줄거리와 감칠맛 나는 대화가 판소리를 듣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특히 흑백만으로 이루어진 목판화 그림이 읽을수록 곰삭은 맛이 나는 이야기와 잘 어울린다. 우리의 판화는 목판에 먹물을 칠해 손으로 문질러 주는데 아무래도 섬세한 표현을 나타내기에 부족하다고. 그래서 무엇이든 바로바로 이야기하기보다는 한번 삭히고 빗대서 이야기하는 판소리문학이나 풍자소설의 그림으로 적합하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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