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는 10여년에 걸친 한 남자와 한 여자의 러브스토리이자 두 젊은 연인의 성장기를 담았다.
이 사랑의 궤적을 다룬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두 남녀 작가가 남자(Blu)와 여자(Rosso), 두 주인공의 시점으로 교대로 집필한 뒤 '블루'와 '로소'라는 제목으로 각기 책을 펴내 화제를 모았던 작품. 1999년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됐고 국내에서도 적지 않은 인기를 끌었다.
두 연인은 어떻게 됐을까.
그 남자. 언약이 깨졌다고 생각하며 돌아서던 준세이(다케노우치 유타카)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돌아서는 순간 약속한 여자 아오이(陳慧琳·천후이린)를 만나 하룻밤을 지낸다.
그 여자.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새 애인과 헤어진 아오이는 준세이를 만나지만 다시 이전의 관계로 돌아갈 수 없음을 밝히고 밀라노행 기차를 탄다.
여기서 끝났으면 어땠을까. 하지만 영화는 준세이와 아오이의 밀라노 재회로 관객에게 '해피 엔드'라는 마지막 선물을 안겨준다. 상업영화다운 결말이지만 '해피 엔드'는 영화 속에서 두 연인이 겪은 여러 차례의 '냉정(冷情)'과 어울리지 않는다. 두 연인이 그렇게 사랑하고 집착했다면 연인의 동의가 없는 아오이의 낙태 등이 헤어지고 갈등하는 이유가 되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결론적으로 영화는 좀 더 가슴 찡한 러브스토리로 아련하게 기억에 남을 기회를 놓쳐버렸다.
영화가 준세이의 감정선에 무게 중심이 두어지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아오이에 대한 심리묘사가 섬세하지 못한 점도 아쉽다.
'냉정…'은 이 같은 결함에도 불구하고 가을에 연인들이 즐길만한 멜로 영화다. TV에서 활동하다 이 작품으로 영화계에 데뷔한 다케노우치의 캐릭터가 매력적이다. 15세 이상 관람 가. 10일 개봉.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