輾-돌아누울 전 轉-구를 전
寐-잠잘 매 譜--문서 보
廟-사당 묘 謠-노래 요
단어든 故事成語(고사성어)든 시간이 경과하면서 본래의 뜻이 변하는 수가 있다. 일례로 우리가 너무도 잘 아는 ‘經濟’(경제)라는 말은 본디 政治用語(정치용어)였을 뿐이다. 언어에서 볼 수 있는 의미의 變質(변질)현상이다.
輾은 반쯤 돌리는 것이고 轉은 한 바퀴 돌리는 것이다. 그래서 輾轉이라면 이리저리 뒤척이면서 굴리는 것을 말하며 反側은 엎치락뒤치락 하는 것을 말한다. 곧 輾轉反側은 잠을 이루지 못해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는 것을 뜻한다. 정신적 衝擊(충격)을 받았다거나 갑자기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당하게 되면 걱정한 나머지 잠을 이루지 못하게 된다. 輾轉不寐(전전불매)라고도 한다.
그러나 본디 輾轉反側의 뜻은 그것과는 거리가 있다. 무슨 걱정거리가 있어서라기보다는 남자가 美貌(미모)의 여인을 사모한 나머지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종의 相思病(상사병)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데서 나온 말이라고 하겠다.
詩經(시경)이라면 지금부터 3천년 전에 있었던 중국 최고의 詩集(시집)이다. 말이 詩集이지 엄밀히 말하면 노래가사다. 본디 유행하던 음악이었던 것인데 당시는 樂譜(악보)가 없었으므로 가락은 자취를 감추고 대신 가사만 남게 된 것이다.
여기에 보면 3백여 수의 詩가 실려 있는데 궁중 연회음악이 있는가 하면 廟堂(묘당)에서 제사지낼 때 연주되었던 음악, 또 각 지방에서 평민 간에 불려졌던 民謠(민요)들도 있다. 특히 民謠는 당시 서민들의 哀歡(애환)을 담고 있어 생활상을 연구하는 데에도 무척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孔子(공자)가 詩經을 애독하고 강조했음은 周知(주지)의 사실이다.
이 책의 맨 첫 머리에 보면 일종의 民謠라 할 수 있는 ‘關雎’(관저)라는 시가 있다. 젊은이가 아름다운 配偶者(배우자)를 그리는 노래다.
窈窕淑女(요조숙녀)-아리따운 아가씨를,
寤寐求之(오매구지)-자나깨나 그리네.
求之不得(구지부득)-그래도 구할 수 없어,
寤寐思服(오매사복)-자나깨나 그 생각.
悠哉悠哉(유재유재)-아! 끝없는 사모함,
輾轉反側(전전반측)-잠 못 들어 뒤척이네.
窈窕淑女를 찾기 위해 자나깨나 노력해 보았지만 찾을 수 없자 근심한 나머지 그만 잠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인다는 내용이다. 얼마나 그렸으면 잠 못 들어 뒤척일까. 이렇게 볼 때 輾轉反側은 결코 나쁜 경우에 쓰는 아니라 매우 浪漫的(낭만적)인 말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