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천 경인교대 미술교육과 교수는 논문 ‘언간(한글 편지) 서체의 조형성과 작품화 경향 고찰’에서 조선시대 한글 서체의 명필가로 꼽히는 순조의 비와 흥선대원군 등의 친필 편지에 나타난 한글 서체의 조형성을 분석했다.
이 논문은 한글 반포 557주년을 기념해 세종대왕기념사업회와 한글학회가 10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서예관에서 주최하는 ‘조선시대 한글 서간의 서예적 재조명’ 학술대회에서 발표된다. 이날 학술대회와 아울러 효종 비, 순조 비, 흥선대원군, 김정희 등 조선시대 중·후기에 쓰인 한글 편지들이 선보이며 최영희 한명진 박한용 이기훈씨 등 현대 서예가 8명이 언간체로 창작한 서예품 16점도 서예관에서 전시된다.
박 교수가 1600∼1800년대 필사된 한글 서간들을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궁중 언간은 일정한 규범에 맞는 정적인 서체가 특징이고 일반 언간 서체는 이보다 좀 더 자유롭고 역동적이다.
조선의 명필가였던 효종은 장모와 6명의 공주 및 옹주에게 언간을 많이 썼다. 효종은 한자의 초서체를 빌려 힘차면서도 유연한 글씨체를 보여준다. 효종의 비인 인선왕후의 글씨는 효종에 비해 강하고 날카로운 느낌을 준다.
1800년대는 한글 서체가 최고로 발전한 황금 시기. 궁중의 상궁들은 한글 궁체 쓰기를 일상 업무로 삼았다. 그들은 왕족들의 편지글을 대필하거나 소설책 등을 필사했다. 특히 한글을 최대한 흘려 쓴 진흘림체는 유연하고 율동적인 느낌을 주어 동적인 조형미가 돋보이는 것으로 평가됐다. 박 교수는 “조형미가 뛰어난 한글 서체를 응용해 서예 작품을 창작하거나 한글 폰트용 문자를 개발할 만하다”고 제언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연세대 국문과 홍윤표 교수가 ‘조선시대 언간 개황과 한글 서예로의 활용방안’ △경북대 국문과 백두현 교수가 ‘조선시대 현풍 곽씨 언간의 구성 형식과 판독방안’ △한국정신문화연구원 황문환 교수가 ‘조선시대 언간 자료의 실태와 연구 현황’을 각각 발표한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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