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주의 여행이야기]에게해의 미코노스와 산토리니

  • 입력 2003년 10월 9일 16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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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광고사진으로 잘 알려진 미코노스섬의 풍차마을
커피광고사진으로 잘 알려진 미코노스섬의 풍차마을
검푸른 바다, 파란 하늘, 하얀 집들…지중해와 에게해의 트레이드마크다.

지중해와 에게해에 걸쳐 펼쳐진 세계적으로 유명한 휴양지들은 사실 우리들의 관점에서 본다면 그리 좋은 휴양지는 아닐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과 유럽인들의 취향이 그만큼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바닷가를 찾아가면 우선 그늘부터 찾는다. 뒤로 펼쳐진 송림을 배경으로 넓은 모래사장이 펼쳐진 해변에 익숙해진 우리들 눈으로는 유럽의 휴양지를 보면 실소를 짓지않을 수 없다. 프랑스의 '니스'도 그렇고, 스페인의 '코스타 델 솔'도 마찬가지다.

그리스와 터키 아래로 펼쳐진 지중해와 에게해에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섬들이 많다. 파리 루블박물관에 전시된 조각품 비너스가 발굴된 밀로섬도 이곳이며 미노아 문명을 일으킨 크레타섬도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곳으로는 '미코노스'섬과 '산토리니'를 들 수 있다.

미코노스섬에 착륙 직전 비행기에서 눈 아래 펼쳐진 섬의 전경을 보면 섬의 여행은 실망으로 시작된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세계적인 휴양지라고 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그렇다고 다른 섬들처럼 고대 그리이스 문명을 대표하는 유적이 있는 것도 아니다.

미코노스섬의 진가는 마을로 들어서면서 나타나게 된다. 결코 크거나 화려하지는 않으면서, 혹평하자면 네모난 정화조 같은 건물을 하얀 페인트로 화장한 집들과 원색으로 칠해진 창틀, 미로와 같은 좁은 골목길이 금방 실망으로 가득 찬 이방인의 마음을 완전히 뒤바뀌게 만든다.

'리틀베니스'라 불리는 바닷가 식당의 해산물요리도 일품이다. 모두들 쌍쌍인데… 그러고 보니 안타까운 것은 단 하나, 홀로 찾아온 이방객한테 눈길 한 번 주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미코노스섬을 더욱 유명하게 만든 것은 섬 곳곳에 널려져 있는 비치들이다.

미코노스에서 버스로 '플라티지알로'로 가서 배로 약 30분 정도 섬을 돌아서 가면 나체주의자들이 많이 찾는 비치들이 많다. 그중 가장 널리 알려진 '수퍼파라다이스' 비치는 매우 평범한 곳이다.

따가운 햇빛을 피할 곳은 비치 파라솔뿐이지만 그마저 별로 이용하는 사람들은 없다. 하기야 태양과 바다를 찾아서 온 마당에 왜 그늘을 찾는단 말인가. 적지 않은 인파가 몰려들어도 별로 소란스러움이 없다. 아이스크림장사나 음료수 장사 등 잡상인도 눈을 씻고 둘러보아도 안 보인다. 단 하나밖에 없는 식당에서 이 모든 것을 해결하니 비치자체가 참 깨끗할 수 밖에 없다.

실제 누디스트들은 '프랑가비치'에 많이 몰려든다. 어림잡아 30%가 누디스트들이다. 이들은 누드 예찬자들이어서인지 다른사람들의 이목에는 관심도 없고 사진 촬영하려 해도 굳이 거부하지는 않았지만 내 스스로가 낯짝이 두껍지 못해 저 멀리 배가 떠난 뒤에야 셔터를 누를 수가 있었다. '플라티지알로'로 돌아오는 길에 바닷가의 바위 곳곳에도 나체로 일광욕하는 사람들이 널려있다.

미코노스에서 배로 약 3시간 떨어진 곳에 또 하나의 에게해의 명물인 '산토리니'섬이 있다.

산토리니의 북단에 있는 '오이아' 마을에서 보는 일몰은 가히 장관이다. 가파른 절벽 위로 빽빽하게 들어선 새하얀 집들은 한 폭의 그림과 같다. 산토리니섬의 중심가인 '피라'에서 멀리 보이는 오이아 마을은 마치 겨울철 양지바른 언덕 위에 막 녹기 시작한 눈처럼 눈부시게 보인다.

곳곳에 보이는 조그만 그리이스 정교회의 아담한 돔 형태의 지붕과 매달린 종들은 이곳을 찾는 이들의 마음을 푸근하게 녹여주기에 충분하다.

산토리니는 화산섬으로 검은 모래가 깔린 해변은 새하얀 집들과 대조를 이룬다. 거대한 화산폭발로 사라진 전설적인 고대문명의 중심지였던 아틀란티스가 이곳이라는 설이 정말로 산토리니섬의 신비로움을 더해주고 있다.

김동주/김동주치과의원장 drkimdj@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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