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살기 위한 기계”라 했던 프랑스 건축가 르 코르뷔제는 건축의 참된 유연성을 강조했다. 그의 영향을 받았다는 김 대표의 작품 세계에는 ‘비움과 채움’의 철학이 있다. 김 대표가 경남 창원에 지은 한 사업가의 주택은 아예 ‘간(間)’ 주택으로 이름붙였다.
대지면적 183평, 건축면적 58평으로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인 이 집은 외부는 물론 거실 내부 벽면에도 점토 벽돌이 쓰였다. 그는 자연의 질감이 살아 있는 점토 벽돌, 창호지, 단풍나무, 돌 등의 인테리어 소재를 자주 활용한다. 점토 벽돌을 쌓은 벽에 창호지 벽지를 바르면 벽돌의 느낌이 남아 있고, 조명기구에 창호지 덮개를 씌우면 분위기가 은은해진다.
그는 또 빛을 중시한다. 르 코르뷔제가 창의 폭을 무제한으로 넓혔던 것처럼 거실 천장 높이를 3m로 높게 하고 벽면 전체에 직사각형 통창을 설치함으로써 마당 전경과 빛을 집 안으로 끌어들인다. 다른 작품들에서도 자연의 빛을 살리기 위해 수많은 창을 달았다.
‘간’ 주택은 ‘ㄷ’자 건물의 안쪽에 작은 연못을 두고 조명을 설치해 비움과 채움을 표현했다. 연못을 향해 난 거실과 식당은 통창을, 또 한쪽 방에는 원형 창을 내 모두 바깥 자연을 최대한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김 대표는 집을 인테리어할 때 가급적 오픈 스페이스를 많이 확보해 가족 공용 공간으로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 개인 취미 공간이 필요할 때에는 블라인드처럼 접히는 가변형 문을 설치해 공간을 나눌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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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에 전통 고가구, 식당에 서양식 앤티크 가구를 두는 것도 어색한 인테리어가 아니다.
경기 용인 ‘농부의 집’은 초가를 모던하게 구현한 작품이다.
도시에서 귀농한 집주인 부부를 위해 함석 지붕을 설치해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크게 들리도록 했으며, 성직자 아들을 위한 1.5평짜리 기도실은 천장을 3m로 높게 하고 바닥 모양을 원형으로 만들었다.
지난해 작업한 인천의 한국전통음식점 ‘문학궁’은 그의 작품 세계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디자인이다. ‘하늘 마당’으로 불리는 250평 규모의 옥상과, 날아갈 듯한 선을 가진 기와 지붕이 각각 하늘과 사람을 형상화한다.
“그동안 건물 옥상은 창고 같은 공간으로 버려지다시피 했잖아요. 실은 하늘에서 제일 가까운 공간인데….”
문학궁의 옥상에서는 윷놀이 등 한국 전통놀이를 할 수 있다. 쉼이 있고, 여유가 있다. 건물은 봄을 상징하는 녹색의 지붕창과 여름을 상징하는 적색의 기둥이 조화를 이룬다.
“하늘을 숭배하고 자연을 역행하지 않는 디자인을 추구합니다. 집이야말로 구조적이고도 창의적인 공간이 돼야 한다고 믿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가장 한국적인 것이 아름답다는 깨달음을 얻었죠.”
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
●김진수 대표의 리모델링 팁
1. 리모델링 비용은 신축의 절반 정도, 기간은 1,2개월이면 충분하다. 리모델링에 앞서 기존
설계도를 찾아 구조 결함이 없는지 확인한다. 구조가 부실하면 구조보강 등에 비용이 많이 든다.
2. 리모델링할 때는 예산과 함께 자신이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과 디자인 컨셉트를 명확히 한 후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단순히 유행을 따르는 인테리어는 금세 싫증을 느낄 수 있다.
3. e하우징, LG데코빌, 까사미아, 룸앤데코 등 인테리어 브랜드에 리모델링을 문의할 수 있 다. 부실 위험이 적고 믿을 수 있지만 디자인
은 무난한 편. 독특한 스타일을 원한다면 한국실내건축가협회 등에서 전문가를 소개받는 것도 권할만하다.
●김진수 대표
홍익대 건축학과 졸업
대한민국 건축대전 초대작가(1997년, 2000년)
현재 ㈜오픈스페이스 대표
현재 한국실내건축가협회 부회장
●주요 작품
경남 창원 간(間) 주택
서울 논현동 강씨댁
서울 갈현동 민씨댁
경기 용인 농부의 집
인천 전통음식점 문학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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