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거주한 지 벌써 4년이 됐다. 한국인들과 함께 생활하고 한국 음식을 자주 접하다보니 나도 거의 한국 사람이 돼 가는 것 같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길들여진 입맛은 어쩔 수 없나보다. 이곳에서 어쩌다 고향의 맛을 접하면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 스산한 가을 저녁 향수를 달래려 자주 찾는 곳은 3년 전 일본인 친구가 소개해 준, 서울 남대문 상공회의소 근처의 이자카야, ‘진야’(02-3783-7088·중구 봉래동1가 우리빌딩 지하 1층)다.
이자카야(居酒屋)는 ‘선술집’이라는 뜻으로 식사보다는 술 안주가 될 간단한 요리를 내놓는, 일본 특유의 음식점이다. 한국에도 요즘 이자카야가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한국인에게 익숙한 호프 형태의 술집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원래 이자카야는 빨간 등불을 내걸고 작고 소박하며 일본스러운 분위기가 특징이다.
‘진야’도 인테리어나 메뉴는 전형적인 이자카야와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요리의 맛만큼은 일본 그대로다. 요리 재료도 일본서 먹던 것과 같이 싱싱하다.
이곳 요리를 특히 좋아하는 것은 이 집 주인이 나와 같은 일본 도호쿠(東北) 출신이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가 “왜 이곳을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어렸을 때 먹었던 그 맛을 내 몸이 기억하고 있으니까”라고 답할 수밖에.
홋카이도(北海道) 아래 위치한 도호쿠 지방의 요리는 원래 소금간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건강 때문에 점점 싱거워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진야’에서는 다소 담백한 현대 도호쿠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술 안주로 먹을 수 있는 일본식 오징어 젓갈 ‘시오카라’, 한국의 청국장에 해당하는 ‘낫토’, 다랑어회를 다진 ‘가쓰오 다다키’, 고래회는 혀끝에서 녹아내리는 느낌이다. 보통 이자카야에서는 팔지 않지만 이곳에선 푸짐한 ‘VIP초밥’도 요깃거리로 내놓는다.
추천할 만한 술은 일본 전통주 ‘사케’ 가운데 하나인 ‘구보타’. 물 좋고 쌀 맛있기로 소문난 니가타(新潟)의 명주 가운데 하나다.
일본 사람들은 안주를 곁들여 술을 마시고 난 뒤 꼭 마무리로 식사를 하는 습관이 있다. 술기 오른 뱃속을 시원하게 풀어주고 싶다면 ‘일본 라멘’을 권하고 싶다.
나베쿠라 마사카스(鍋倉正克·53)신라호텔 판촉팀 지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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