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아이템]뉴욕 컬렉션 디자이너 3人 인터뷰

  • 입력 2003년 10월 9일 16시 57분


'랄프 로렌 컬렉션'의 벨벳소재 바지 수트.

'랄프 로렌 컬렉션'의 벨벳소재 바지 수트.

《엽기와 아방가르드를 경계하고 안정적인 가족의 이미지를 존중한다. 해외 패션계에서 메인스트림으로 통하는 게이가 아니다. 12∼19일 미국 뉴욕 맨해튼 브라이언트 파크에서 열린 2004 춘하 뉴욕컬렉션에 섰다…. 이 같은 공통점을 가진 세 명의 남성 디자이너, 랄프 로렌(64) 토미 휠피거(51)와 ‘라코스테’의 수석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르메르(38)를 뉴욕컬렉션 기간에 만났다.》

●랄프 로렌

미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랄프 로렌은 컬렉션 기간 일정이 바쁘다는 이유로 e메일 인터뷰로 대신할 것을 요청했다. 그나마 한국 언론과는 첫 인터뷰라며….

36년간 미국 패션계에서 활동해 온 로렌의 타깃은 미국의 주류층으로 ‘백인, 앵글로 색슨족, 신교도’을 뜻하는 ‘와스프(WASP)’. 하지만 정작 자신은 러시아 이민자의 2세로 서민층이 많이 사는 뉴욕주 브롱크스 출신이다. 본명은 랄프 리프시츠.

디자인에 대한 영감을 어디서 받는지 묻자 그는 “계절별로 영감의 대상이 달라지기도 하지만 핵심, 즉 전통적인 스타일에 대한 관심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로렌의 한 친구는 “사춘기 시절 로렌은 여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여러 가지로 멋을 부렸는데 항상 성공적이었다. 이를 남자 친구들이 모방하곤 했다”고 말했다. (더 타임스지의 일요일판 선데이타임스에서) 또래 사이에 ‘트렌드 세터’였던 것.

그는 시종일관 ‘럭셔리 라이프 스타일’을 주장해 왔다. 이는 경박하게 튀지 않으면서도 모든 이의 시선을 끄는 우아함. 1999년 아카데미상 시상식에 참가한 여배우 귀네스 팰트로에게 입힌 분홍색 실크 드레스가 대표적인 예다. 노출이 심한 다른 여배우들의 드레스들과 비교해 오히려 두드러져 보였다.

“지나치게 유행에 충실한 드레스는 경계했습니다. 저는 멋진 여성(a great woman)의 이미지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소비자들도 이 아이디어를 존중합니다.” 그의 말대로 클래식한 이 드레스는 상류층 여성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었다.

올 가을에는 최고급 라인인 ‘랄프 로렌 퍼플 라벨’(남성복)과 ‘랄프 로렌 컬렉션’(여성복)이 국내에 첫선을 보였다. 드레스가 400만∼1700만원대에 달하며 그의 브랜드 중 최고가다.

●토미 휠피거

맨해튼의 토미 휠피거 본사를 방문한 지난달 18일 오전 11시. 모든 직원들이 눈에 띄게 분주해 보였다. 이날 오후 8시로 예정된 패션쇼 마무리 준비 때문이었다.

하늘색 셔츠에 운동화, 색동 양말을 갖춰 입은 휠피거는 “쇼가 얼마 남지 않아 긴장되지 않느냐”고 묻자 “보통 쇼가 시작되기 5분 전에나 떨리기 시작한다”고 애써 가뿐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뉴욕주 엘미라 출신인 그는 “고등학생이던 1969년, 맨해튼에서 구해온 청바지 20벌을 동네 친구들에게 팔았던 것이 패션계에 입문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자신의 디자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소는 대중문화. 가장 보람찬 순간도 “젊은 인기 가수들이 내 옷을 입기 시작했을 때”라고 답했다. 그의 대학생 딸 앨리(18)는 최근 MTV 쇼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대중문화의 핵심에 접근하고 있다.

토미 휠피거 본사에는 각 층마다 남성복, 여성복, 아동복, 선글라스, 향수, 침구류에서부터 올 가을 첫 선을 보이는 고급 의류 라인 ‘H’까지 그의 이름을 달고 생산되는 모든 제품이 전시돼 있다. 이 가운데 최근 국내에 처음 선보인 것은 남성복과 여성복 라인. 그는 다음 목표로 “가구를 포함, 라이프스타일을 모두 아우르는 라인을 전 세계적으로 출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크리스토퍼 르메르

지난달 14일 오후 9시.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 내 동물원에서 이색 파티가 열렸다. 프랑스의 캐주얼 브랜드 ‘라코스테’가 이날 오후 처음으로 ‘홈 그라운드’격인 파리를 떠나 뉴욕에서 패션쇼를 연 것, 그리고 세계 고급 패션의 중심지 뉴욕 5번가에 새 매장을 열게 된 것을 축하하기 위한 파티였다. 동물원에서 열린 이유는 이 브랜드의 로고인 악어가 얼마 전 센트럴파크에서 발견돼 화제가 됐고 현재 이 동물원에서 보호하고 있기 때문.

‘라코스테’는 1920년대 ‘윔블던’ ‘프렌치 오픈’ ‘US오픈’ 등에서 연속 우승한 프랑스인 테니스 선수 르네 라코스테가 1933년에 창시한 브랜드다. 2002년 춘하 시즌부터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르메르를 영입하면서 ‘실용적인 옷’에서 ‘예쁜 옷’으로 이미지로 바뀌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제 역할은 모두가 좋아하지만, 다소 고루한 이미지가 있던 브랜드에 활력을 주는 것이지요.”

뉴욕으로 무대를 옮긴 이유는 “세계 유명 컬렉션 가운데 유일하게 남녀 패션쇼를 한자리에서 여는 뉴욕에서 좀 더 강화된 여성복 라인을 뽐내기 위해서”였다. 그는 최근 “힙합, 전자음악 등으로 구성된 ‘라코스테 뮤직 앨범’ 제작을 마무리 하느라 바쁘다”고 말했다. 르메르는 이 앨범에 수록될 곡들을 직접 골랐다.

뉴욕=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