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개봉한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가 11일 만에 전국 관객 200만명을 돌파하며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온라인 예매사이트에서도 60% 이상의 높은 점유율로 장기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스캔들…’의 흥행 포인트를 짚어본다.
▽어디까지?=12일까지 이 영화의 관객 수 누계는 서울 83만, 전국 219만명으로 상반기 최고 흥행작 ‘살인의 추억’(전국 138만명)을 81만명 앞서고 있다.
극장가 반응도 흥미롭다. 주택형에 가까운 분당 CGV 야탑과 오리점의 경우 이례적으로 평일 오전 10시대 조조 영화가 매진되는 추세다. CGV 동부 지역을 담당하는 권동엽 부장은 “이 시간대 관객들은 40, 50대 여성들이 많다”고 밝혔다.
싸이더스의 차승재 대표는 “무엇보다 영화의 높은 완성도가 관객을 모으고 있는 것 같다”며 “300만, 400만명 흥행도 가능한 영화”라고 말했다.
약점도 있다. ‘살인의 추억’은 관객 수에서 개봉 2주에도 지속적인 상승 곡선을 그렸지만 ‘스캔들…’은 상반기 흥행 2위였던 ‘동갑내기 과외하기’처럼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친구’ 등 500만명 이상을 기록한 영화가 20, 30대는 물론 40, 50대 남성 관객까지 움직인 반면 ‘스캔들…’은 여성 선호도가 훨씬 강하다는 게 약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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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통하는가?=우선 장르 분석의 관점에서 보면 ‘스캔들…’은 한국 관객이 전통적으로 선호해온 코미디-멜로-에로 장르가 절묘하게 퓨전돼 있다는 평이다. 영화평론가 심영섭은 “‘스캔들…’을 에로의 관점에서 보면 ‘뽕’ 류의 토속 에로가 아닌 ‘사대부(士大夫) 에로’로 분류할 수 있다”며 “이런 고급스러운 포장이 ‘스캔들…’을 선택할 때 관객들이 갖기 쉬운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가 웃기면서도 가슴 찡하고, 야하면서도 고급스럽다는 것.
둘째, ‘배용준 효과’. 그가 지닌 청춘스타의 이미지가 사극은 TV에서나 본다는 고정관념을 깼다. 그의 TV 드라마에 매료된 20대, 30대 팬들이 이 영화를 앞 다투어 선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스캔들…’은 배용준의 영화 데뷔작이다.
셋째, 성(性)에 대한 개방적인 사회분위기도 ‘스캔들…’의 ‘치맛바람’에 일조하고 있다. 이 작품의 컨셉트는 ‘조선시대 요부와 바람둥이의 정절녀 무너뜨리기’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스캔들…’의 주제는 사실 대중의 폭넓은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이 작품의 흥행에는 ‘싱글즈’나 ‘바람난 가족’을 용인하는 사회적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 △이미숙의 차가운 관능과 바람둥이 배용준의 연기 앙상블 △이재용 감독의 섬세하고 안정된 비주얼 △현대적 화술을 녹인 시나리오의 힘 △이병우의 음악과 20억원이 투입된 고품격 미술도 흥행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스캔들…’이 17일 개봉되는 ‘황산벌’을 무사히 건너 흥행 롱런이 가능할지 관심거리다.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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