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들이 삽에 발을 올려놓고 체중을 실어 흙을 파냈다. 영차, 하고 구령을 붙이며 항아리를 들어 올려, 허리를 구부리고 구멍 속에 조심조심 내려놓았다.
나미코는 주머니에서 가위를 꺼내 댕기 머리를 싹둑 잘랐다.
위안부들은 차례차례 머리를 자르고, 머리를 흐트러뜨린 채 붉은 흙을 한줌 한줌 움켜쥐고, 항아리 속 고하나를 머리칼과 흙에 묻었다.
그때, 나미코는 무슨 뜨끈한 액체가 사타구니 사이로 흘러내리는 것 같아, 치마를 걷어 올리고 손으로 만져보았다. 그 손을 들여다보자, 피?
“아이고야, 너 생리가 시작됐네. 앞으로는 애 들어서지 않게 조심해야 된다. 까딱하면 고하나 신세 돼.”
나미코는 장교에게 정조를 빼앗긴 다음 날 아침, 이 항아리에 몸을 담그라 하고 나미코의 머리칼과 몸을 씻겨주었던 고하나를 떠올렸다.
자, 깨끗하게 몸 씻자.
아이고, 불쌍해라 아이고 하느님 아무쪼록 이 아이를 살펴주세요, 하느님.
언니의 목소리가 머릿속으로 울리고, 두 발 디딘 땅이 흔들흔들 흔들렸다. 나미코는 슬픔으로 무거워진 머리를 푹 숙이고, 자신의 남은 인생 전부를 늪에 묻어버리듯 노래했다.
해지고 저녁놀 지면
산사에 종이 울린다
모두 손에 손잡고 돌아가자
까마귀와 함께 돌아가자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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