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독대 빈 독 속에 달이 들었다
찰랑찰랑 달 하나 가득한 독
어디 숨어 있다 떼지어 나온 개구리들
달 내놓아라 달 내놓아라
밤새 아우성이다
- 시집 ‘사과벌레의 여행’(문학 아카데미) 중에서
당최 시끄러워 못 견디겠다. 저게 언제 적 사건인데 여태 해결이 안 났단 말인가. 지난여름 모내기철부터 시작된 시윈데 참 어지간하군. 들판엔 가을걷이 끝나가고, 저 산 너머 서릿발 앞세워 붉은 단풍이 쳐들어오고 있다는 소문인데 저 개구리들 여적 달 타령인가. 달 따먹은 배불뚝이 장독도 숭악한 놈이지만 안면방해하는 개구리 극성도 성가시다.
달 없으면 가로등으로 살면 되지 평생 가갸거겨 외다 가는 놈들이 무에 올챙이자식 키워 학자 낼 일 있다고. 내 저놈들 연좌시위하는 데 뜨거운 개숫물을 확 끼얹을까보다. 맨발로 마당에 나가보니 아뿔싸, 내 발이 너무 시리다. 도로 들어와 웅크리고 알발에 양말 씌우며 생각하니 개구리 맨다리에 오소소 돋을 소름이 안쓰럽다. 땅 파고 겨울잠 들어가면 그만일 텐데 달 두고 못 간다니 얼마나 기막힌 단심인가? 뜨거운 물은 그만두고 개구리 입을 솜바지 저고리 지어들고 달 찾으러 나간다.
“배불뚝이 간장독아, 보름달 돌려다오.” 냅다 홍두깨로 한 방 먹이니, 이크, 터진 노른자 달이 주르르.
반칠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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