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도차이나’의 무대 하롱베이(Bay·下龍灣).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에 점점이 흩어진 2000여개의 크고 작은 섬은 한 폭의 수채화처럼 서정적으로 그려졌다. 그 섬에 찾아와 몸을 숨기는 프랑스인 고무농장 여주인의 베트남인 양녀 카미유, 그리고 그녀를 따라 이 섬 저 섬을 떠돌며 도피의 길을 걷는 여주인의 연인인 프랑스 장교. 영화는 제목에서 풍기듯 베트남의 과거 슬픈 운명을 있는 그대로 그려냈다.
●베트남戰땐 피란처 역할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유산(World Heritage)인 하롱베이. 천국을 닮은 이 섬들의 바다를 찾아 떠난 여행길은 하노이 국제공항에서 시작됐다. 동편 바다까지 버스는 무려 네 시간을 쉼 없이 달렸다. 해넘이 즈음에 도착한 바다. 노을빛은 파스텔 가루만큼이나 엷다. 그 노을에 물든 섬과 바다. 화선지에 번지고 배어난 수묵의 농담만큼이나 다양한 무채색으로 바다를 장식한다.
호텔 발코니에서 이 ‘섬들의 나라’를 바라보았다. ‘평화’ 그 자체였다. 그랬다. 베트남전의 환란 속에서도 이곳만은 전쟁의 포화가 닿지 않았다던가. 그래서 사람들은 이곳을 찾아들었고. 영화 ‘인도차이나’의 카미유 역시 살인의 죄를 저지르고 이곳을 찾는다. 은신의 섬, 구원의 섬, 그리고 피안의 섬, 하롱베이로.
다음 날 아침. 새벽 6시인데도 바깥은 대낮처럼 밝았다. 맑고 청명한 하늘에서 내리쬐는 햇빛은 어찌나 강하던지 눈을 뜰 수가 없을 정도였다. 이날은 베트남의 독립 기념일(9월 2일). 홍게이와 바이차이(하롱베이지역의 타운 이름)의 선착장은 온통 베트남 국기로 뒤덮였다. 선착장에 매어있던 백수십 척배에서 한 척도 빼놓지 않고 게양한 국기 덕분이다.
![]()
|
관광객을 태운 배는 천천히 섬을 향해 나아갔다.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 섬은 그 호수에 빠진 산의 형국이다. ‘바다의 지린’(桂林·중국의 절경)이라 부른다면 베트남사람은 언짢아 할지 모를일. 그러나 이방인에게는 그 보다 더 적확한 표현이 떠오르질 않으니 둔재를 탓할 뿐이다.
‘하롱’이란 하룡(下龍)의 베트남 발음이다. 972년까지 중국의 지배를 받았던 베트남의 북부. 당시 유입된 중국의 불교와 유교 도교는 지금도 문화와 생활에 그대로 녹아 있다. 때문에 하롱처럼 베트남 북부의 문화에는 중국과 상통한 점이 많다. ‘용이 내려온 자리’라는 하롱. 거기에는 이런 전설이 있다.
이곳 사람들이 외적의 침입으로 고난받고 있을 때 하늘의 용이 내려와 여의주로 적을 물리쳤다. 그리고 그 여의주는 크고 작은 섬으로 변했는데 그것이 아직도 이곳을 보호해주고 있다는 얘기. 하롱의 섬과 바다가 전쟁의 피난처가 된 것, 비슷한 내용의 영화 무대가 된 것 또한 전설과 일맥상통한다.
●‘용이 내려온 자리’서 지명 유래
![]() |
어느덧 배는 섬과 섬 사이의 바다에 들어섰다. 사방을 둘러봐도 보이느니 섬뿐. 말이 섬이지 실은 물을 박차고 치솟은 뾰족봉들이다. 모양도 가지가지, 크기도 가지가지. 열대 과일 잔뜩 싣고 힘겹게 노를 젓던 노점상 할머니가 뱃전에 배를 붙인다. 어쩌다 흥정이 길어지거나 진행 방향이 같다 싶으면 갈고리를 큰 배에 걸고 ‘무임승차’를 한다. 섬과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는 이 곳 사람의 지혜다.
섬 투어 도중 한 섬에 내려 동굴(석회암)안에 들어갔다. 거대한 종유동은 지하 궁전을 방불케 했다. 붉고 파란 조명으로 동굴 벽을 비추는 장식이 눈에 거슬리기는 했으나 종유석의 발달 상태는 훌륭했다. 배 위에서 드는 해물 요리 점심 또한 하롱베이 여행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다.
베트남 하롱베이=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여행 정보
![]() |
△입국비자=출발 전 여행사에 의뢰, 주한베트남대사관(02-738-2318)에서 발급받는다. 유효기간 6개월 이상 남은 여권과 사진 1장 필요. 수수료는 빨리 발급 받으려 할수록 비싸다. △날씨=북부는 10월초∼12월초가 여행의 최적기. 12월말∼4월말(겨울)은 이슬비가 잦고 쌀쌀. △통화=미국 달러를 소지하는 것이 좋다. △베트남 관광청=www.vietnamtourism.com △항공편(하노이 직항)=대한항공은 매일, 베트남항공은 주 3회(화목일·26일 이후는 주 4회로 토요일 추가)운항. 거리는 2688km, 소요 시간은 4시간 30분. 출발(인천공항)시각은 △대한항공 오후 6시35분 △베트남항공 오전 10시5분(26일 이후 오전 10시10분). 예약전화는 △대한항공(www.koreanair.co.kr) 1588-2001 △베트남항공(www.vietnamairlines.co.kr) 02-757-8920
○ 패키지 상품
인천↔하노이 직항편의 매일 운항 체제로 하롱베이와 앙코르와트 여행자가 최근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상품 및 가격(10월)은 △‘하롱베이+앙코르와트’(4박6일)=109만∼115만원 △‘하롱베이단독’(3박5일)=49만9000∼59만9000원 △〃(2박4일)=39만9000∼44만9000원. 11월에는 인상. 판매사는 △월드트래블=02-3705-8877 △하나투어리스트=1577-1212 △한진관광=02-726-578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