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구두의 예를 보자. 보통 새 하이힐을 신게 되면 발뒤꿈치가 까지기 쉽다. 새것이라 그러려니 하며 참을 때가 많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구두도 많다.
우리 습관상 ‘딱 맞는 신발’이란 발뒤꿈치의 윗부분이 발에 밀착되는 것. 이 때문에 구두의 뒤꿈치 윗부분을 꼭 맞게 만들다 보니 마찰 때문에 뒤꿈치가 벗겨지는 게 당연하다.
이탈리아에서는 뒤꿈치 윗부분 보다 뒤꿈치 아랫부분의 사이즈를 정확하게 맞춰 신발을 만든다. 오래 신은 신발을 보면 이탈리아제는 뒤꿈치의 아랫부분이 먼저 닳는다. 이 작은 차이가 편안한 신발을 가늠하는 척도 중의 하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구치 미우미우 프라다 팬디 등의 명품을 주문자 상표부착(OEM)방식으로 생산해온 브라치니를 이달 초 방문해 명품 구두가 만들어지는 공정을 취재했다. 창업 60주년을 맞는 이 회사는 자체 브랜드인 ‘프라로스’를 내놓고 내년 2월 한국에 진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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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구두 공장에 들어서자 종이로 덮여있는 컨베이어 벨트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구두에 먼지나 약품이 묻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구두에 뭔가 묻으면 나중에 닦아내도 되지만 가죽의 손상을 최대한 막기 위해서라고 서지오 브라치니 사장(47)이 설명했다.
전 공정의 작업자들이 모두 작은 망치를 갖고 있는 것도 색달랐다. 이전 라인에서 작은 실수라도 있으면 뒷라인의 작업자가 이를 수정해 다음으로 넘긴다.
전 작업자가 모든 공정을 꿰뚫고 있다는 말이다. 이들 대부분이 수십 년씩 근무해 온 장인들이다.
초기 디자인을 견본으로 만드는 모델리스트가 유명 디자이너만큼 대접 받는 것도 명품이 나올 수 있는 배경이다. 이들은 호흡이 잘 맞는 투수와 포수처럼 늘 함께 움직인다.
발 모양 목형은 플라스틱이 많지만 이곳에서는 진짜 나무를 고집한다. 모델리스트가 사포로 목형을 갈면서 원하는 틀을 만들어낸다. 구두가 그 모양대로라면 발이 어떻게 느끼는지, 미세한 촉감으로 알아내기 위해서다.
브라치니 역시 유명 컬렉션에 참가해 타사 제품의 장점을 배우고 참고한다. 그러나 디자인 관련 분쟁이 많기 때문에 타사의 제품을 베끼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보통 구두 한 제품을 완성하려면 2년여의 준비가 필요하다.
따라서 2년 후의 색상 경향과 1년 후 유행할 소재를 미리 파악해야 한다. 완제품은 출시 6개월 전에 내놓고 시장의 반응을 미리 살펴본다.
브라치니 사장은 “명품은 무조건 가격만 비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작고도 세심한 배려가 수십년간 쌓여서 만들어지는 결정체”라고 말했다.
피렌체=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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