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영양소의 결핍은 간을 더욱 악화시키고 간이 악화되면 영양상태를 더욱 나쁘게 만드는 ‘악순환’을 겪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환자의 영양상태를 정확히 파악해 균형 있는 영양공급을 한다면 간세포가 재생하거나 저하된 면역력이 회복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한 교수는 설명했다.
▽간 질환자의 영양상태=만성 간 질환자는 건강한 사람에 비해 단백질은 23∼37%, 지방은 6∼40% 정도가 부족하다.
간 질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열량 소모가 심한 편이다. 이는 간세포의 파괴, 간의 염증, 간세포 재생 등으로 인해 필요로 하는 에너지 소모량이 많기 때문.
한 교수는 “간 질환자는 입맛이 없거나 구토 설사 등의 이유로 식사를 피하는 경향이 있는데 단백질 섭취를 제한하는 채소 위주의 식단이나 심한 운동, 금식 등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간 질환자는 몸에 부족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 지방을 꺼내 사용하기 때문에 근육량과 체지방 손실이 많다. 따라서 팔 다리가 가늘어지며 복수가 차는 등 몸의 균형이 깨진다. 또 당의 저장 장소로 사용되는 근육이 줄면서 더 이상 당이 저장될 장소가 없게 돼 혈당이 증가한다. 이로 인해 당뇨병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영양관리=간 질환의 종류에 따라 영양 관리법이 달라진다. 지방간이 있는 사람은 영양분의 섭취가 많은 반면 운동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따라서 ‘체지방 분석’을 통해 영양과다 여부를 파악한 뒤 칼로리 섭취를 줄이고 운동 위주의 처방을 받는다.
반면 간염환자나 간경화 환자는 단백질 위주의 식사가 필수적이다.
연세대 생활과학대 식품영양학과 이종호 교수는 “만성 간염 환자는 간세포의 재생을 늘리고 체단백 손실을 막기 위해 충분한 단백질과 탄수화물의 섭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단백질은 성인 기준으로 소화가 쉬운 살코기(한 끼당 골프공 크기), 우유(하루 한 잔 반), 생선(한 끼당 한 토막) 등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이는 일반 사람보다 1.2∼1.5배 정도 많은 용량.
또 탄수화물 섭취를 위해 쌀밥 국수 빵 감자 고구마 등을 적절히 먹어야 한다. 반찬으로는 닭고기 소고기 돼지고기 등의 육류와 두부 된장 청국장 비지 등의 콩 단백질을 많이 먹어 세포 재생에 필요한 단백질 섭취를 돕도록 한다.
삼성서울병원 조영연 영양파트장은 “간은 비타민 A, D, B1, B2, B12 등 많은 비타민을 저장하고 활성화시키며 물질대사에 관여한다”며 “간염환자는 비타민이 결핍되기 쉬운 만큼 충분한 비타민을 보충해야 하며 이때 비타민 제제에 의존하기보다는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과일과 채소에는 비타민뿐 아니라 항산화물질인 플라보노이드 등 다른 영양소도 함께 들어 있기 때문.
간경화 환자도 간염 환자와 비슷한 영양 관리를 해야 한다. 다만 간경화 환자는 단백질이 소화될 때 나오는 암모니아가 간에서 ‘요소’로 해독되지 못하고 뇌 세포에 영향을 줘 간성 혼수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암모니아가 많이 생성되는 치즈 베이컨 햄과 갈아서 만든 고기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한편 살코기 생선 등엔 간경화 환자에게 좋은 나뭇가지 모양의 ‘분지아미노산’이 많이 함유돼 있다. 이는 근육에서 바로 열량 공급원으로 사용되며 간에서 필요한 단백질 합성을 촉진시킨다.
간경화 환자가 복수나 부종이 생기면 수분을 1L 이하로 제한하고 음식은 싱겁게, 단백질 섭취량은 줄여야 한다. 이때 부족한 단백질은 분지아미노산 제제를 통해 보충한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분지아미노산' 포함 영양제 권장▼
간 질환자의 경우 간에 좋다는 각종 보양식을 특히 많이 접하게 된다. 간에 좋다고 알려진 붕어즙, 오가피, 굼뱅이가루, 녹즙, 알로에 등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의학적으로는 검증이 된 것은 없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판매되는 간 영양제로 전문가들이 권장하는 것은 주로 ‘분지아미노산’이 포함된 제품들이다.
최근엔 삼일제약에서 식사가 가능한 환자 중 복수, 부종, 간성혼수 등이 생긴 간경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리박트’가 출시됐다. 전문의약품인 리박트는 비보험 품목이며 본인이 전액 부담해야 된다.
매일유업에선 일반인이나 간경화 또는 간염 환자를 위한 건강보조식품으로 ‘메디웰’을 최근 출시했다. 비타민 무기질을 많이 첨가해 식사를 잘 하지 못하는 간 질환자의 영양개선에 효과적이라는게 회사측의 설명. 일주일 분량의 한 캔에 1만8000원.
한편 정식품은 간염 간경화 등 간질환자를 위한 건강보조식품으로 ‘헤파케어’를 판매하고 있다. 한 캔에 1800원 정도.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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