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스와핑, 性규범 붕괴 타고 은밀한 전염

  • 입력 2003년 10월 19일 17시 31분


“미친 ××….”

많은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최근 의사 교수 등이 부부 교환 성행위인 스와핑을 하는 현실이 보도되자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탄식했다. 또 많은 사람은 욕하면서도 호기심을 보였다.

스와핑은 좁은 의미로는 두 쌍 이상의 부부가 배우자와 함께 한자리에서 혼음하는 것을 뜻한다. 스와핑을 하는 사람은 배우자가 흥분하는 모습을 보며 일체감을 느끼고 자신도 흥분한다. 넓은 의미로는 부부끼리 성행위 파트너를 바꾸는 것을 모두 포함한다.

스와핑은 고대 각국에서 종교문화로 존재했다. ‘플라토닉 러브’나 ‘이데아’로 유명한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도 사실 넓은 의미의 ‘스와핑주의자’였다.

그는 아이가 태어나면 놀이, 예술, 기하학, 철학의 단계로 가르치고 이 단계를 최종적으로 통과한 철인들이 정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철인도 가족 때문에 공평무사한 정책을 펼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부인을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와핑주의자들은 배우자와 함께 쾌감과 스릴을 공유하는 것이 왜 잘못이냐고 묻는다. 그들은 대신 매춘, 미성년자 교제, 성폭력 등을 경멸한다.

의학자들은 스와핑을 정신질환으로 단정하기는 곤란하지만 도덕과 규범을 일탈했다는 점에서 여러 가지 갈등을 낳을 소지가 크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정신질환은 △인격이 허물어지고 현실감이 없는 ‘정신병’ △현실은 파악하지만 자신을 통제할 수 없어 괴로운 ‘신경증’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자신도 괴롭지 않지만 남을 괴롭게 하는 ‘인격장애’로 구분된다. 그러나 스와핑은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스와핑을 성도착증의 하나로 알고 있다. 그러나 성도착증은 자신이나 파트너에 대해 실제 또는 상상의 고통, 창피를 주는 것과 관련이 있지만 스와핑은 그렇지 않다. 스와핑을 관음증으로 보는 사람도 있지만 관음증은 남의 은밀한 모습을 ‘몰래’ 지켜보기 때문에 관음증과도 다르다.

그렇다면 섹스중독의 일종일까? 그럴 개연성은 있다. 섹스 중독자는 좀 더 자극적인 것을 원하고 이 때문에 다른 형태의 섹스를 원한다. 이들은 들키면 망신일 줄 알면서 외도에 빠지며 외도 후 성적 죄의식을 느끼면서도 그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섹스 중독이 병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한편 일부 사회정신의학자들은 스와핑을 일종의 ‘도덕무력증’, ‘이드(원초적 본능) 과잉증’으로 진단한다.

현재 한국은 사회 곳곳에서 규범이 무너진 ‘아노미 사회’의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성 분야는 아노미의 극치를 이룬다.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도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스와핑이 반성없이 유입됐다는 것이다.

한 미국 기업인은 “한국인과 처음 룸살롱에 갔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특히 함께 ‘2차’를 가는 문화는 그야말로 놀라움 자체였다”고 말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스와핑은 여러 가지 비정상적 성 문화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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