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도자기를 붙였다고요? ‘목욕탕 소리’가 나는 건 아닌가요?”
처음 소식을 들은 기자의 우문(愚問)은 어쩌면 당연했다. ‘벽체 세라믹’이라면 타일을 연상하기 쉽다. 타일을 붙인 목욕탕에 잔향(메아리)이 오래 남는 것을 연상했던 것.
17일 이 홀에서 열리는 토너스 트리오 연주회를 찾았다. ‘목욕탕’은 기우였다. 벽면은 광택이 없는 도자기를 불규칙하게 배열해 소리가 잘 흩어지도록 설계돼 있었다.
세 연주자가 무대에 올랐다. 바이올린과 첼로의 현악기 소리는 자극성이 없으면서도 또렷하게 울려나왔다. 피아노 소리는 무대에 깔리듯 부드럽게 퍼졌다. 휴식시간에 만난 이 트리오의 바이올리니스트 양고운씨(한양대 겸임교수)는 “연주자의 귀에도 아늑하게 와 닿는다”고 평했다.
밀알 콤플렉스 설립자인 홍정길 목사가 이 특이한 홀을 만든 뒷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중국에서 인정받는 도예가 주러겅(朱樂耕)을 초빙해 로비 전면의 꽃무늬 도자기 벽면을 의뢰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주씨가 “홀 내부도 맡겨 달라”며 자신감을 보여 일을 맡겼다는 것이다. 홍 목사는 8월 해외 유명 음향학자들을 초청한 평가회에서도 독주부터 합주까지 두루 어울리는 홀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음악팬인 홍 목사는 “밀알 콤플렉스의 인지도를 높이고 지역 주민들에게 문화 향수의 기회도 제공하고자 음악당을 짓게 됐다”고 밝혔다. 앞으로 대관 외에 자체 기획 프로그램도 마련할 계획이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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