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진통제인 타이레놀을 복용한 후 8명이 숨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타이레놀의 제작사인 존슨앤드존슨의 경영진은 정확한 사망 원인이 규명되기도 전에 미국 전역의 약국에 비치된 타이레놀 3100만통을 전량 수거하는 조치를 신속하게 취했다.
정밀조사 결과 존슨앤드존슨의 과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회사는 이 사건으로 2억4000만달러의 손실을 입었고 매출액도 전년도의 절반 수준인 50억달러로 떨어졌다. 그러나 경영진의 신속한 결정은 타이레놀 브랜드를 회생시켰고 고객의 신뢰를 지켰다.
경영 컨설팅업체인 타워스 페린은 ‘윤리경영’으로 명성을 날리며 매년 가장 일하고 싶은 직장으로 손꼽히는 25개 회사의 15년간 실적을 분석했다. 존슨앤드존슨, 사우스웨스트항공, 프록터 앤드 갬블 등 윤리경영을 하는 기업의 주주에게 돌아간 평균 수익률은 43%였다. 이에 비해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에 등록된 500개 주식회사의 평균 수익률은 19%에 불과했다.
‘비즈니스 2.0’의 창립자이며 기업윤리에 관해 주로 집필해 온 저자는 “오늘날에는 기술 혁신만으로는 진정 성공한 기업이 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사원과 소비자 모두의 눈에 공감할 만한 수준의 윤리경영을 실시하는 기업으로 비치느냐 아니냐에 따라 성공한 기업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저자가 주장하는 ‘윤리경영’이란 부패하지 않았다거나 사회적 책임을 준수하는 등의 소극적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투명경영과 신뢰경영이 곧 기업의 장기적 수익을 보장해 주는 핵심역량이라는 사실을 명백히 인식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는 “파우스트가 메피스토와의 거래를 통해 영혼을 팔아버린 것처럼 기업이 영혼을 팔아버린다면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질문한다. 그리고 “회사의 자원을 사원과 고객에 대한 서비스에 투입할 때 비로소 영혼이 있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윤리경영의 여덟 가지 원칙을 저자는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기업의 이사진과 경영진은 개인적 이해관계를 회사의 이해관계자들의 운명과 일치시켜야 하고, 회사의 생존과 활력을 보장하는 책임 있는 방식으로 경영활동에 임해야 한다.
△기업 경영은 주주와 임직원, 그리고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돼야 하고 경영진은 책임경영을 통해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기업은 스스로를 시장의 일부가 아닌 지역사회의 일부로 생각해야 한다.
△기업은 자사 제품을 정직하게 홍보해야 하고 거래상의 이해관계를 넘어 소비자를 존중해야 한다.
△기업은 사원을 단순한 고용인이 아니라 조직을 구성하는 소중한 인재로 대우해야 한다.
△기업은 환경을 기업의 소중한 이해관계자로 대우하고 환경보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기업은 사원, 고객, 거래업체와의 관계에 있어서 균형, 다양성, 평등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기업은 국제적 교역 및 생산활동을 추구하는 데 있어서 교역 상대국의 근로자와 국민들의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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