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교실]'울지않는 늑대'…자연에 대한 반성 가르쳐

  • 입력 2003년 10월 24일 17시 37분


◇울지 않는 늑대/팔리 모앗 글 이한중 옮김/238쪽 돌베개 9000원

중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에 법정 스님의 ‘먹어서 죽는다’가 실렸다. 육식문화를 비판하는 글이었는데, 수업시간 공장식으로 사육되는 가축에 관한 비디오를 보며 우리가 그토록 잔인한 인간이라는 사실이 당혹스러웠다. 좀 더 기름지고 연한 살코기를 얻기 위해 우리는 그들에게 과연 무슨 짓을 했던가. 인간이 지구의 주인으로서 온당한 자격이 있는가를 생각하며 부끄러웠다.

‘울지 않는 늑대’는 야생 늑대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서 인간과 늑대가 맺은 관계에 대해 준엄하게 묻는 책이다. 탐욕스러운 문명으로 치닫고 있는 인간들을 향해 날리는 질문 앞에 부끄러워지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은 다음에 ‘짐승만도 못하다’는 비유를 어찌 쓸 수 있을까.

이 책은 자연학자인 저자가 캐나다에서 늑대와 순록을 연구하며 보낸 1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였다. 늑대는 다른 종에게 위협을 주지 않는다는 저자의 생각이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이어진 책이다.

저자는 포악한 킬러로서의 늑대 이미지를 갖고 늑대를 감시하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원으로 캐나다 북부에 떨어진다. 그러나 그곳에서 발견한 것은, 늑대는 머리 속으로 생각해 왔던 그런 늑대가 아니라는 것. 1년 동안 관찰한 늑대 가족은 따뜻하고 관대한 모습으로 기품을 유지하고 살아간다. 새끼들을 품어주고 가족계획을 하며 행복하게 교육시키는 늑대 가족 앞에서 인간인 저자가 오히려 허둥대는 모습은 묘한 느낌을 준다.

늑대 가족에 다가서는 과정에 도움을 주는 에스키모 모습도 흥미롭다. 에스키모가 들려준 그들의 민속 설화에 등장하는 이야기의 한 대목, “이것이 자초지종이지. 그래서 순록과 늑대는 하나라는 거야. 순록이 늑대를 먹여주면, 늑대는 순록을 튼튼하게 해주니까”에 담긴 자연과의 교감, 조화와 공존으로부터 우리 인간은 야만의 문명을 앞세워 너무 멀리 왔다는 생각이 든다.

중학교 때 시튼동물기를 읽고 숲의 동물을 상상했던 내게 이 책은 또 다른 ‘잃어버린 세계’이기도 했다. 행간에서 빛나는 저자의 유머를 따라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 모험과 동물 이야기를 좋아하는 중학생이 읽기에 알맞다. 저자의 주장을 앞에 세우지 않고 늑대 가족에 다가가는 모험 이야기로 읽다가 문득 우리의 인간됨을 생각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이 책의 끝부분이 야생 늑대의 멸종으로 이어져 가슴이 쓸쓸한 학생은 꼭 ‘늑대의 눈’(문학과지성사)을 찾아서 읽을 일이다. 인간과 늑대의 교감을 그리고 있는 이 동화책의 결말은 얼마나 따뜻하고 신나는지…. 우리나라의 야생 동물에 대해서 더 알고 싶은 학생에게는 ‘한국의 야생동물을 찾아서’(당대)를 권한다.

서미선 서울 구룡중 국어교사·‘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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