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파리의 슬픈 사랑’ 잠실 원형무대 오른다

  • 입력 2003년 10월 27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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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8일부터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공연되는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은 지름 40m의 원형 무대를 주역가수와 합창단, 오케스트라 등 400여명이 수놓는 대형 무대로 치러진다. 연출가 베르나르 슈미트가 설계한 무대 가상도. 사진제공 2003 라보엠 추진본부
12월 18일부터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공연되는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은 지름 40m의 원형 무대를 주역가수와 합창단, 오케스트라 등 400여명이 수놓는 대형 무대로 치러진다. 연출가 베르나르 슈미트가 설계한 무대 가상도. 사진제공 2003 라보엠 추진본부
“올 크리스마스이브에 눈이 올까?”

눈은 크리스마스 직전 1주일 동안 분명 내린다. 그렇지만 그 눈이 ‘틀림없이’ 오는 곳은 서울 잠실 체조경기장뿐이다. 이 곳에서 국내 최초의 실내 경기장 오페라로 선보이는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 4막 미미의 죽음 장면에 무대에 눈이 날리게 해 비장감을 고조시킬 계획이기 때문. 이 오페라는 12월18일부터 24일까지(22일 제외) 매일 공연된다.

○경기장이면서 경기장이 아닌

올해 공연된 ‘투란도트’와 ‘아이다’는 ‘오페라가 아니라 대형 쇼’라는 등 비판도 잇따랐던 경기장 오페라였다. ‘라보엠’을 준비 중인 ‘2003 라보엠 추진본부’ 박평준 본부장은 “경기장 오페라에 대한 비판을 수용해 전통적 오페라의 섬세함과 경기장 오페라의 스펙타클을 결합시키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연장소가 실내경기장인 만큼 날씨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장점. 그러나 ‘자연음이 아닌 인공음’이란 불만과 경기장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긴 잔향(메아리)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소가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 박 본부장은 “잔향음을 흡수하기 위한 음향 전문팀을 가동해 최상의 음향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가수들이 안 보인다?

경기장오페라에서는 ‘출연자들이 너무 멀리 있어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수용인원 3만5000명 (투란도트·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과 5만명(아이다·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인 기존 경기장 오페라의 경우 객석과 무대 거리가 최고 100, 140m에 이르렀던 것. 그러나 1만명을 수용할 잠실 체조경기장에서는 무대가 경기장 한 가운데 설치돼 객석 맨 뒤와 무대 맨 앞의 거리는 30m 정도.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의 35m보다 오히려 가깝다.

연출자 베르나르 슈미트

○다양한 연출 기법

이번 공연의 연출자 베르나르 슈미트는 올 9월 파리 생드니 월드컵 경기장에서 경기장 오페라인 비제 ‘카르멘’을 연출해 독특한 조명과 무대 연출로 찬사를 받았다. 당시 그는 관객들에게 흰 옷을 입도록 주문해 그 위에 프로젝션 기법으로 투우경기장 장면을 투사하는 ‘깜짝 연출’로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4막 미미의 슬픈 죽음 이후 미미와 로돌포의 사랑이 화려한 봄으로 재현되는 장면을 새로 추가할 계획. 2003 라보엠 추진본부 측은 “연출자가 3막에서 감동을 자아내는 다양한 기법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누가 출연하나?

'미미'역의 디미트라 테오도슈

주역가수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성악가는 종이꽃 만드는 처녀 미미 역으로 출연하는 그리스 태생의 소프라노 디미트라 테오도슈. 1999년 볼로냐 극장에서 베르디 ‘아틸라’에 출연, 센세이션을 일으킨 뒤 영국 코벤트가든과 라 스칼라 가극장 등의 주역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이 한국 팬들과의 첫 대면이다.

이탈리아의 마리아 피아 요나타도 미미 역으로 테오도슈와 번갈아 나온다. 시인 로돌포 역에는 멕시코의 페르난도 델 라 모라와 최근 핀란드 사본린나 오페라 페스티벌 주역가수로 3년째 고정출연 중인 테너 배제철이 무대에 오른다. 2000년 예술의 전당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주연으로 인기를 모았던 소프라노 전소은은 미미의 친구 ‘무제타’ 역으로 출연한다.

공연 개막시간은 평일 오후 7시 반, 토 일요일 오후 6시. 티켓 예매는 23일부터 시작. 3만∼30만원. 1588-7890, 1588-1555, 02-581-1377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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