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사랑과 공포, 같은 감독 다른 색깔

  • 입력 2003년 10월 28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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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트 & 레오폴드’ ‘아이덴티티’의 공통점은?

31일 개봉작, 그리고 미국 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제임스 맨골드(37)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한 영화라는 것. 두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와 스릴러로 장르는 다르지만 맨골드 감독의 창의적 시나리오와 빈틈없는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출연진이 짱짱한데다, 각각의 장르적 공식에 충실하면서도 만만치 않은 알맹이가 담겨 있어 영화의 재미를 느끼게 한다.

맨골드 감독은 1996년 리브 타일러 주연의 ‘헤비’로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상과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했다. 97년 로버트 드 니로 주연의 ‘캅 랜드’, 2000년 안젤리나 졸리의 ‘처음 만나는 자유’ 등을 발표해 호평받았다. 치밀하고 정교한 시나리오, 생생한 캐릭터와 강렬한 이미지 연출, 뛰어난 연기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그의 강점. 달콤하고 으스스하게, 한 감독의 색깔 다른 두 영화를 만나본다.

19세기 귀족과 21세기 커리어 우먼의 사랑을 다룬 로맨틱 코미디‘케이트 & 레오폴드.’ 사진제공 영화방

▽케이트 & 레오폴드=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백 투 더 퓨처’ 식 시간여행을 실마리로 엮어가는 로맨틱 코미디. 21세기 뉴욕의 커리어 우먼 케이트(맥 라이언)가 19세기 귀족 레오폴드 공작(휴 잭맨)과 사랑에 빠진다는 줄거리다. 여자들은 어떤 남자를 원하는지 알고 싶다면 이 영화를 참고할 만하다. ‘호감은 표하되 강요하지 말라’ 등 레오폴드의 점잖고 사려 깊은 사랑법은 자기 식대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요즘 남자들의 공격적 연애법에 비해 성공률이 높을 듯하다.

1876년 미국 뉴욕. 레오폴드는 파티장에 나타난 낯선 남자의 뒤를 쫓다가 시간의 통로를 타고 현대로 온다. 레오폴드는 아래층에 사는 케이트를 만나 21세기에 적응해 나가는 법을 배우게 된다. 케이트는 레오폴드의 격식을 따지는 진지함과 시대착오적 행동을 보고 처음엔 과대망상증 환자로 취급한다. 하지만 레오폴드의 품격과 예절은 서서히 케이트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고전적 사랑의 판타지는 완성된다. 12세 이상 관람 가.

한 모텔에 모여든 10명의 사람들이 한 명씩 살해되는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아이덴티티’. 사진제공 무비 앤 아이

▽아이덴티티=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모티브로 활용한 미스테리 스릴러.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는 날의 허름한 모텔. 여배우(레베카 드모네이)와 전직 경찰이었던 운전기사(존 큐잭), 현직 형사(레이 리오타)와 그가 호송하는 죄수, 말 없는 소년과 부모, 철없는 젊은 연인들, 창녀 등 각기 다른 삶과 사연을 가진 10명이 모여든다. 전화선은 물론 교통마저 두절돼 완전히 차단된 모텔은 고립된 섬과 같다. 거대한 세탁기 안에서 몸통 없는 여배우의 시체가 발견된 것을 시작으로 1명씩 살해당한다. 살인의 현장마다 놓여있는 뒤바뀐 열쇠의 비밀은 무엇일까. 환상과 실제가 엇갈리며 진행되는 영화는 막판에 섣불리 점치기 힘든 반전을 숨겨두고 있다. 영화 내내 긴장감과 으스스한 공포를 쌓아가는 시나리오와 연출의 힘이 놀랍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더 오싹하다. 15세 이상 관람 가.

고미석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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