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리에서는 다른 민족 음식의 유입과 한국 전통음식의 변화를 통해 한국사회가 어떻게 변천해왔는지를 살펴본 연구결과들이 발표된다.
주영하 교수(한국정신문화연구원·민속학)는 발표문 ‘식탁 위의 근대’에서 19세기에 그려진 한폭의 그림을 통해 한국인의 식탁에 어떻게 서구적 근대가 다가왔는지를 밝혔다. 주 교수가 제시한 그림은 화가 안중식(安中植·1861∼1919)이 그린 ‘조일통상장정(朝日通商章程) 기념연회도’. 안중식은 조선후기 산수화의 대가인 장승업(張承業·1843∼1897)의 제자로 당시로서는 드물게 서양식 그림을 이해했던 선구적 화가로 평가된다.
이 그림은 1883년 조일통상장정 조인 후 홍영식 김옥균 민영익 등 조선 관리와 조선주재 일본공사 및 조선왕실 통리아문의 ‘교섭통상사무(交涉通商事務)’란 직책을 맡았던 독일인 묄렌도르프(한국명 목인덕·穆麟德·1848∼1901) 부부가 함께 했던 공식연회를 그린 것이다.
주 교수는 그림에서 서양식 음식과 식기가 놓인 식탁에 주목하며 “이 시기 조선왕실에서는 수입한 서양식기를 통리아문에 두어 이 같은 연회에 대비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각 참석자에게는 5개의 서양식 잔이 주어졌는데 이는 1876년 강화도조약 이후 일본이 조선에 무관세로 수출했던 서양 술이 왕실에서 소비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는 것. 그러나 주 교수는 “이것은 지배집단의 공식석상 변화이지 사회 전체 식문화 수준의 보편적 향상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배영동 교수(안동대·문화인류학)는 발표문 ‘안동지역 전통음식의 탈맥락화와 상품화’에서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헛제삿밥, 건진국수, 안동소주, 간고등어, 안동찜닭 등 안동지역의 전통음식이 어떻게 전국적으로 상품화됐는지를 고찰했다. 배 교수는 “산업화 도시화에 따라 지역의 사회문화적 정체성은 서서히 해체됐지만 다른 지역과 구별되는 특성은 더욱 부각됐다”며 “전국적으로 상품화된 전통음식은 그 음식이 만들어진 고유한 사회문화적 맥락은 생략된 채 ‘전통음식’이란 문화적 이미지만 유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02-920-7008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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