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 위민 원트
상대가 말하지 않아도 마음을 속속들이 읽어낸다면 행복할까, 불행할까? 승진에 밀려 전전긍긍하던 광고기획자 닉(멜 깁슨)은 우연한 사고 이후 기이한 능력을 갖게 된다. 겉으론 “오늘 정말 멋지세요”하고 웃으면서도 속으론 “야, 이 바람둥이야”하고 비웃는 여자들의 속마음이 다 들리는 것. 액션영웅 멜 깁슨의 연기변신이 인상적인 로맨틱 코미디.
●화양연화
1962년 홍콩. 불륜에 빠진 남녀의 배우자들인 리첸(장만위)과 차우(량차오웨이)는 서로 쓸쓸함을 달래주다 사랑에 이른다. 이 영화를 보며 ‘아니, 말로 하지 왜 저런담?’하고 답답증을 느낄 관객도 있을 듯. 하지만 차마 말하지 못하고 묻어버린 사연들, 가지 않은 길들 때문에 추억과 회한도 가능해진다.
●오! 수정
사랑과 욕망을 냉소적으로 고찰한 홍상수 감독의 흑백영화. 모두 5부 중 1, 2부는 남자 재훈(정보석)의 시점으로, 3, 4부는 여자 수정(이은주)의 시점으로 같은 사건을 반복해 보여준다. 진리란 입장에 따라 다른 것이고 추억조차 상대적이며 같은 말이라도 놓인 맥락에 따라 얼마나 다른지, 말보다 말이 담은 뉘앙스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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