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카페]'…산야초 이야기' 펴낸 전문희씨

  • 입력 2003년 10월 31일 17시 15분


전남 구례군 지리산 피아골 800고지에 사는 전문희씨(41·사진)의 밥상에는 요즘 가을 냉이와 쑥국이 오른다. 입가심으로는 쑥차도 좋지만 피곤을 씻어내는 데는 칡꽃차가 그만이다.

“쑥, 냉이 하면 사람들은 봄만 떠올리죠. 그러나 요즘도 산과 들 곳곳에서 연한 순이 돋는 쑥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암에 걸린 노모의 병구완을 위해 서울의 인테리어 사업을 접고 지리산에 파묻힌 지 10년. 어릴 적 한약방을 하던 외삼촌에게 엉겅퀴, 맥문동 등을 뜯어다 주었던 기억을 되살려 어머니의 통증을 다스릴 풀을 뽑으러 다닌 게 시작이었다.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지만 이제 그는 산자락에서 나는 온갖 풀과 꽃으로 차 재료를 만들고, ‘건강을 위한 산야초 모임’이란 동아리를 이끄는 ‘자연중독자’가 됐다.

산야초란 산과 들에서 나는 온갖 풀, 꽃을 이르는 말. 전씨가 그간의 경험을 정리해 쓴 책 ‘지리산에서 보낸 산야초 이야기’(화남)에 실린 차와 먹을거리의 목록을 보면 ‘이런 풀도 다 먹고 마실 수 있나’ 새삼 눈 비비고 보게 된다. 봄에는 백초차 민들레차 토끼풀 찔레꽃, 여름에는 뽕잎차 칡꽃차 연잎차 질경이 꿀풀, 가을이면 구절초차….

커피를 대체할 전통차로 녹차가 전부는 아니라는 걸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나 ‘몸에 좋다면 씨를 말리는’ 사람들의 욕심에 덜컥 겁이 나기도 했다.

“산야초차에 입문하는 첫 단계가 바로 채집하는 법을 제대로 익히는 겁니다. 산야초에는 강인한 생명력이 있어서 뿌리까지 뽑지만 않으면 씨가 마르는 일은 없어요. 작은 것들은 캐지 않아야 하고, 꼭 뿌리를 캐야 한다면 포기나누기 식으로 하고…. 자연을 손끝 하나 건드리지 않는 것만이 자연을 위하는 길은 아니라고 봐요. 자연이 주는 걸 잘 나누는 것도 인간과 자연이 공존 공생하는 방법이겠죠.”

그래도 그가 자연과의 일체감을 온몸으로 느끼는 순간은 산야초차를 마실 때보다는 채집을 위해 산에 오를 때다.

“낙엽 진 지리산에 요즘은 보라색 용담, 가녀린 물매화가 한창이지요. 꽃하고 놀다 보면 풀물 든 제 손 위에 가을 나비가 겁내지 않고 앉았다 가고, 잠자리도 와서 쉬었다 가고…”

정은령기자 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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