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고, 고양이는, 여, 여기 태워. 아, 아빠는, 치, 침대에 누워야 돼. 이, 이건 어디다 꽂아?”
서울 광진구 중곡동에 사는 정민이(4)는 최근 엄마와 블록쌓기 놀이를 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6개월 전부터 정민이가 조금씩 말을 더듬자 걱정이 된 부모는 병원에 데려갔으나 담당의사는 ‘아직 어리니 기다려보라’는 말만 했다. 조금 나아지는 듯도 싶었으나 요즈음 갑자기 말을 더듬는 횟수가 많아졌다. 엄마는 자신도 어릴 적 말더듬으로 고생한 적이 있어 아이의 말더듬이 고정되지 않을까 이만저만 고민이 아니다.
말더듬이란 남의 말을 이해하고 생각하는 것은 정상이나 자신의 생각대로 말이 안 나오는 것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인구의 1% 정도가 말을 더듬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어린이 100명 중 5명꼴로 말을 더듬는 것으로 보고 있다. 남아가 여아에 비해 3배나 많다.
신 소장은 “부모가 아이에게 야단을 치기보다는 격려해주고 편안하게 대화한다면 특별한 치료 없이 50∼80%는 수개월 내에 회복된다”며 “이후에도 아이의 말더듬에 별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면 전문 언어치료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말더듬의 원인=어린이의 말더듬은 말을 한창 배우는 2∼7세에 처음 나타난다. 말더듬의 원인은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돼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질적 요인, 언어·심리적 요인, 환경적 요인 등 세 가지가 상호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기질적인 요인은 신체의 이상 때문에 오는 것이다.
말더듬 아이는 말의 시작을 조절하는 것이 일반인과 약간 다르다. 즉 말을 하기 위해서는 섬세하고 복잡한 근육운동이 필요한데 말을 시작해야 하는 시간에 성대에 긴장이 와서 말의 시작이 어려워지고 지연된다. 또 호흡조절이 잘 안돼 숨을 들이마시면서 말을 하면 말더듬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기질적 요인이 언어·심리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과 결합되면 말더듬이 일어날 확률이 커진다. 즉 기질적으로 약한 상황에서 자신이 잘 모르는 것에 대해 말한다거나 빨리 말을 하는 일이 자주 생길 때 말이 더 막힌다. 또 집이나 학교에서 긴장하거나 스트레스가 많고 부모가 말더듬에 대해 자주 간섭을 하면 증세는 더욱 심해진다.
▽이렇게 하라=아이가 빨리 걷거나 뛰면 넘어지기 쉽듯이 빨리 말하면 막히거나 더듬기 쉽다. 이때 부모는 아이에게 말할 때 말 속도를 늦춰 말하도록 한다.
즉 낱말의 모음을 약간씩 길게 늘이며 ‘커업에 우유 부어줄게’라든지, 말 중간 중간에 쉬는 시간을 자주 갖고 쉬는 시간 자체를 늘리며 ‘바압 먹고 (쉬면서) 이 닦자’라고 말한다.
이때 부모는 좀 더 짧고 단순한 문장을 사용해 아이가 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도록 한다. 또 부드럽고 조용한 말소리로 이야기한다. 아이는 부모가 말하는 그대로 부드럽고 조용히 따라 말한다. 이때 성대는 편안한 상태가 돼 말이 덜 막히게 된다.
한편 아이가 말하는 모든 언어적 시도에 부모는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너하고 이야기하니까 참 재미있구나”와 같이 말로 하는 칭찬 외에 △미소 지어주기 △쓰다듬어 주기 △아이의 말에 고개 끄덕여 주기 등 행동을 잘 활용한다. 이렇게 되면 아이는 말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된다.
▽치료는=부모가 위와 같은 시도를 2, 3개월 했는데도 여전히 말을 더듬으면 전문 언어치료사를 찾는다. 여기선 먼저 부모교육을 통한 간접치료를 2∼4주 받는다. 효과가 없으면 부모와 아이를 대상으로 하는 상호작용 치료, 전문 언어치료사가 아이를 치료하는 직접치료 등으로 점차 강도를 높인다. 주 1, 2회 정도 치료를 받으며 한 번 치료시 2만∼4만원 정도 비용이 든다.
보통 2∼5세 때 치료를 시작하면 성공률이 높다. 특히 5세 이전이고 말더듬이 나타난 지 6개월 이하며 기질적인 요인이 적으면 성공률은 훨씬 높다. 그러나 학교 다니는 나이엔 기간이 오래 걸리거나 회복에 어려움이 많을 수 있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어른의 경우엔▼
성인의 말더듬은 두 가지. 말을 심하게 반복하거나 말이 막혀 누가 보기에도 말더듬이로 드러나는 ‘외적 말더듬’과 겉으로는 말더듬이 없지만 자신은 말을 더듬을까 한시도 마음이 편치 않은 ‘내적 말더듬’이다.
언뜻 보기에는 외적 말더듬 증세가 심각해 보이지만 오히려 내적 말더듬의 고통이 더 심할 수 있다. 내적 말더듬이 있는 사람은 보통 때는 유창하게 말을 잘하다가도 면접, 발표, 세미나 등 청중이 있는 장소에선 두려움과 공포로 인해 말을 더듬는 경우가 많다. 심한 경우 대인공포증이 생겨 사회생활을 하는 데 지장을 받기도 한다.
이들은 어릴 때 말더듬으로 인해 심한 충격을 받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가령 중고등학교 때 몇 자 읽기도 전에 선생님의 “그만”하는 신호와 함께 심한 좌절감을 느끼며 자리에 앉은 경험 등이 그것. 이렇게 되면 말을 더듬는 자신이 미워질 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이러한 모습을 보일까봐 두려움과 공포가 쌓인다. 이런 사람들은 면접이나 발표 때 극심한 공포를 체험하며 심할 경우 우울증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말더듬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며 무엇보다 말더듬을 숨기지 말아야 한다. 즉 솔직하게 자신의 말더듬을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말 속도를 줄이고 말을 시작할 때 천천히 가볍게 시작해 다음 말을 부드럽게 잇는 법을 연습한다. 또 가족이나 친구 등 자신의 말더듬을 이해해줄 사람을 찾는다. 혼자하기 힘들면 전문기관을 찾는 것도 좋다.
말더듬언어치료기관 | |||||||||
기관 | 전화번호 | ||||||||
서울대병원 언어청각장애진료실 | 02-760-2791 | ||||||||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언어치료실 | 02-441-5001 | ||||||||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언어치료 유니트 | 02-3010-3786 | ||||||||
여의도 성모병원 재활의학과 언어치료실 | 02-3779-1255 | ||||||||
세브란스 재활병원 언어치료실 | 02-361-7560 | ||||||||
강북삼성병원 신경정신과 언어치료실 | 02-2001-2213 | ||||||||
서울 신·언어임상연구소 | 02-3474-6777 | ||||||||
서지형 언어교육원 | 042-862-7151 | ||||||||
이화발달장애 아동센터 언어치료실 | 02-3277-3272 |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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