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기 국수전]갑작스런 투석

  • 입력 2003년 11월 2일 17시 33분


제47기 국수전 본선 승자1회전 2국 6보(118∼123)

백 조한승 6단 흑 윤성현 8단

덤 6집반 각 4시간

갑작스런 투석

백 120은 좌중앙 백세를 집으로 굳히는 수로 이 정도가 적절하다. 여기서 한발 더 나가면 흑의 삭감에 백 세력이 형편없이 무너진다. 반대로 한발 덜 나가면 실리가 부족해진다.

흑 123은 중앙을 측면에서 삭감하는 수. 그런데 갑자기 백을 든 조한승 6단이 돌을 던졌다. 상대인 윤성현 8단은 물론 계시원도 어안이 벙벙한 표정. 지금 형세는 백이 불리하다. 하지만 아직 형세의 균형이 무너진 것은 아니다. 흑의 실수가 두어번 나오면 역전시킬 수도 있다.

참고도를 보자. 흑 123에 대해 백 1이 눈에 들어오는 응수. 이 때 흑 2의 급소 가격이 백으로선 뼈아프다. 중앙을 봉쇄하면 3으로 젖혀 상변이 흑집이 된다. 따라서 백 3은 불가피한데 흑 6까지 중앙 일단이 삭감된다.

참고도처럼 진행된다면 백이 더 불리해진다. 백이 이 바둑을 역전시키려면 고난의 행군이 필요하다. 물론 평소의 조 6단 같았으면 대장정(大長征)에 나설 각오가 충만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대국 다음날이 바로 이창호 9단과의 LG정유배 결승 1국이 있는 날이었다. 이 대국도 승자 결승 진출을 가리는 중요한 일전이지만 이 9단과의 일전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기운을 이 판에서 소모시키기가 싫었을 것이다. 역전의 보장이 있다면 모를까 반반의 확률에 모든 것을 걸기에는 아깝다고 생각했으리라는 것이 검토실의 해석이었다.조 6단이 참고도의 진행에 개의치 않고 123의 시점에서 돌을 던진 것은 더이상 아등바등하기 싫다는 뜻이었다

해설=김승준 8단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