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막딱따구리가 서울 노원구 상계2동 서모씨의 단독주택 굴뚝을 통해 거실로 들어간 것은 지난달 5일 밤. 다음날 새벽, 푸드득거리는 소리를 듣고 서씨가 거실로 나오자 이에 놀란 새가 도망치다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서씨는 다음날 노원구청을 통해 천연기념물 조류 보존관리단체인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한국조류보호협회(회장 김성만·金成萬)에 새를 인도했다. 협회는 곧바로 문화재청에 신고하고 치료를 시작했다.
김 회장은 “굴뚝에서 몸부림치느라 날개가 심하게 다치고 탈진까지 한데다 벽에 부딪혀 머리 목까지 다친 상태였다”면서 “안정과 휴식을 취해 주었지만 워낙 상처가 커 사흘 만에 죽고 말았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회장은 이 새가 삼각산에 살고 있던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아마 나이가 들어 자기 구역을 잘못해서 이탈했거나, 아니면 수컷들 사이의 암컷 쟁탈전에서 졌기 때문에 자기 구역에서 밀려났을 수도 있다”면서 “어디선가 이 수컷을 기다리고 있을 암컷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조류보호협회는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현재 이 까막딱따구리를 박제 표본으로 제작 중이다. 제작이 끝나면 협회에서 보관하다 문화재청과 협의를 통해 자연사박물관 등에서 전시할 계획이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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