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英극작가 피터 셰퍼 '천재 예술가' 소재 연극2편 무대에

  • 입력 2003년 11월 3일 17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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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어린 천재 극작가의 삶과 죽음을 통해 예술의 본질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고곤의 선물’. ‘고곤’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메두사를 의미한다. 셰퍼는 그리스 신화를 차용해 극을 이끌어 나간다. 사진제공 극단 실험극장
광기어린 천재 극작가의 삶과 죽음을 통해 예술의 본질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고곤의 선물’. ‘고곤’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메두사를 의미한다. 셰퍼는 그리스 신화를 차용해 극을 이끌어 나간다. 사진제공 극단 실험극장
《예술가의 천재성은 보통사람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지만, 스스로에게는 때로 감당하기 힘든 버거운 운명이기도 하다.

‘에쿠우스’로 잘 알려진 영국 극작가 피터 셰퍼(77)는 참신한 착상을 연극적 재미로 승화시켜 그 자신이

‘20세기 천재 작가’로 평가받는 인물.그런 그가 ‘천재 예술가’를 소재로 쓴 작품 두 편이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두 작품 모두 천재 예술가의 죽음 뒤에 감춰진 비밀을 풀어가는 형식이지만, 각각 보여주는 천재성의 성격은 서로 다르다.》

‘신동’ 모차르트를 향한 살리에르의 질시를 그린 ‘아마데우스’. 사진제공 극단 춘추

○극단 춘추의 ‘아마데우스’

천재를 향한 그릇된 질시가 낳은 비극을 다룬 작품으로 셰퍼가 시나리오를 썼던 같은 이름의 영화로 유명하다.

천재는 하늘의 선물이지만, 천재를 알아보는 능력만을 가진 인물에게는 시기의 대상일 뿐이다. 18세기 오스트리아의 궁중 악장 살리에르가 ‘음악의 신동’ 모차르트를 독살했다는 설정아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궁중 악장이 되면서 모든 것을 가진 듯 기뻐했던 살리에르는 모차르트를 만나자 걷잡을 수 없는 좌절을 느낀다. 자신에게 없는 천재성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를 질시한 살리에르는 모차르트의 허영심을 자극해 그를 파멸로 이끌어간다. 살리에르는 훗날 모차르트의 살인범으로나마 자신의 이름이 남기를 원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정신병자로 취급할 뿐이다.

이 연극에서 살리에르를 맡은 권성덕씨는 “연기를 하다보면 남보다 영감을 쉽게 얻는 배우를 만난다. 그런 배우는 천재라는 생각이 들지만 나 같은 보통 배우는 최선을 다해 자신의 약점을 극복해나가는 것 아니냐”며 극중 살리에르의 심정을 대변했다.

‘난타’의 제작자인 송승환씨가 20년만에 모차르트의 역할을 다시 맡은 것과 조세프 2세역으로 출연하는 김길호씨의 고희(古稀) 기념 작품이란 점도 화제다. 문고헌 연출. 12∼17일 연강홀. 오후 4시, 7시 반. 단 수요일은 7시 반, 일요일은 오후 3시, 6시 반. 2만∼5만원. 02-744-0300

○극단 실험극장의 ‘고곤의 선물’

자제하지 못하는 천재의 광기를 통해 예술과 인간의 본질을 탐구한 작품. 1992년 발표한 셰퍼의 최신작으로 국내 초연된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영국인 천재 극작가 에드워드는 마지막 작품이 실패하자 아내 헬렌과 함께 그리스로 가서 살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는 천재성을 가졌지만 이를 조절할 능력이 없다. 파괴적이고 본능적인 성격의 에드워드는 이성적이고 절제를 아는 헬렌의 도움을 얻어 작품을 발표해왔다. 하지만 에드워드의 광기에 시달린 헬렌은 마지막 작품에서 손을 떼고 그 작품은 혹평 속에 실패한다. 에드워드는 아내에게 복수하기 위해 죽음을 택한 것.

셰퍼는 이 작품에서 그리스 신화를 차용한 ‘극중극’을 통해 광기어린 천재 예술가의 심리를 표현한다. 연출자 성준현씨는 “이 작품에서 셰퍼는 에드워드를 자신의 분신으로 등장시킨 듯하다”며 “복수와 용서, 본능과 이성의 충돌과 그 결과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TV와 무대를 오가는 정동환이 에드워드를 연기하고, 탄탄한 연기력을 과시해온 중견 배우 예수정이 헬렌 역을 맡는다. 20∼30일 동숭아트센터 대극장. 화∼금요일 오후 7시 반. 토요일 오후 3시, 7시 반. 일요일 오후 3시. 1만2000원∼3만원. 02-764-5262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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