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899년 프로이트 ‘꿈의 해석’ 출간

  • 입력 2003년 11월 3일 18시 38분


지크문트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과 다윈의 진화론에 비견된다.

지동설이 인류를 우주의 중심에서 추방했다면 진화론은 인류에게서 신성(神性)을 앗아갔다. 그리고 ‘꿈의 해석’은 인간이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는 무의식의 노예임을 선언했다.

프랑스의 철학자 루이 알튀세는 “코페르니쿠스 이후 우리는 우주의 중심이 아니었고, 마르크스 이후 우리는 역사의 중심이 아니었다. 프로이트는 우리가 그 인간의 중심이 아님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꿈의 해석’ 초판은 1899년에 나왔지만 발행연도를 1900년으로 삼았다. 파천황의 신사상을 20세기 시작의 이정표로 삼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책은 출간된 지 2년이 지나도록 350권밖에 팔리지 않았고 8년이 지나서야 초판 600부가 소화됐다.

그런 그를 반긴 곳은 미국이었다. 1909년 미국을 찾은 그는 열렬한 환대에 감격했다. “유럽에서 나는 버림받은 자식 같았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마치 한낮에 꿈을 꾸는 것 같다.”

프로이트의 저작에서 ‘꿈의 해석’은 폭넓게 원용된다.

그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에서 성적인 알레고리를 읽어냈다. 다빈치는 요람에 누워 있을 때 독수리로 변한 어머니가 그의 입을 꽁지로 치는 ‘독수리의 환상’을 여러 차례 보았으며 이는 모자간의 에로틱한 관계를 상징한다고 해석했다. 모나리자의 미소는 ‘어머니의 유혹하는 미소’?

실증주의자들은 ‘꿈의 해석’과 정신분석을 “무가치한 사이비 과학”이라고 매도했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문학적 상상력의 허구로 폄하됐다. 심지어 ‘정신분석은 그 자체가 치유할 수 없는 정신질환’이라는 독설을 낳았다.

그러나 그가 무의식의 언어를 해독하고 어둠(무의식)의 대륙을 탐사함으로써 20세기 지성사의 지평을 새롭게 넓힌 것만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독일의 작가 토마스 만이 말한 것처럼 ‘프로이트는 프로이트의 시대를 창조했고, 그 시대를 살았다’.

이기우기자 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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