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636>螢 雪 (형 설)

  • 입력 2003년 11월 4일 18시 05분


螢 雪형 설

螢-반딧불이 형 雪-눈 설 散-흩어질 산

庵-암자 암 僻-편벽될 벽 讀-읽을 돌

螢은 두개의 火(화)와 멱(멱), (충,훼)(충)이 결합돼 만들어진 글자다. 즉 처마(멱)위에서 불(火)을 번쩍이는 벌레((충,훼))로 ‘반딧불이’다. 雪은 雨(우)와 계(계)의 합성자다. 옛날에는 농경사회였던 만큼 일상의 기후변화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비였다. 따라서 기후를 뜻하는 한자에는 모두 ‘雨’자가 들어있다. 雲(구름 운), 雷(천둥 뢰), 雹(우박 박), 震(지진 진), 露(이슬 로), 霞(노을 하), 霜(서리 상), 震(벼락칠 진), 霧(안개 무)등 많다. 여기에서 계는 눈의 結晶(결정) 모습이다. 그러므로 螢雪이라면 반딧불과 눈이라는 뜻이 된다.

아직도 전기가 들어가지 않는 곳은 아마 없을 것이다. 띄엄띄엄 흩어져 있는 散村(산촌)은 물론이고 깊은 산골의 조그마한 庵子(암자)에 까지도 전기가 가설되어 있다. 그 덕분에 웬만하면 文明(문명)의 利器(이기)까지 갖추어져 있어 도무지 窮僻(궁벽)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참 좋은 세상이다.

그러나 불과 30년 전만 해도 전기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곳이 절반이 넘었다. 그 때의 학생들은 호롱불을 밝히고 공부했다. 좀 열심히 하고 아침에 일어나면 콧구멍이 검게 그을려 있곤 했다. 그러나 더욱 옛날에는 그것조차 없어 공부하는 데에 애로가 많았다.

지금부터 천오백 여 년 전 중국 東晉(동진) 때의 일이다. 車胤(차윤)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책을 좋아하여 어려서부터 독서에 열중했다. 하지만 집이 가난하여 등불을 밝힐 기름조차 구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매년 여름밤이 되면 엷은 비단 주머니를 만들어 반딧불이를 잡아넣고 그 불빛으로 책을 읽곤 했다. 이렇게 열심히 공부한 결과 후에 尙書郞(상서랑·부총리)이라는 벼슬까지 올랐다.

또 같은 시기에 孫康(손강)이라는 사람도 있었다. 그도 車胤처럼 讀書狂(독서광)이었지만 집이 가난해 기름을 살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겨울이 되면 창밖에 쌓여 있는 눈빛으로 책을 밝혀 읽었다. 그 역시 열심히 공부한 결과 御史大夫(어사대부·검찰총장)라는 높은 지위까지 올랐다.

그 결과 그들이 공부할 때 사용했던 반딧불(螢)과 눈(雪)을 ‘螢雪’이라 하여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굴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는 뜻으로 사용하게 됐다. 그렇게 해 훌륭한 사람이 됐을 때 ‘螢雪의 공(功)’을 이루었다고 한다. 지금은 螢雪대신 電燈(전등)을 밝히고 공부하니 ‘電燈의 功’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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