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은 외교부 인사위원회에 참석해 부하직원들의 인사에 관여할 수 있는 요직이다. 무엇보다 G7은 그 자리를 거치면 이른바 ‘물 좋은’ 재외 공관장 자리가 관례적으로 보장된다는 점에서 더욱 선망의 대상이 돼 왔다.
당연히 G7 자리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하다. 그리고 그 경쟁에서는 인맥과 학맥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해 온 것도 사실이다. 외교부의 인맥은 해외근무를 함께 하면서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외교부 직원들은 129개 재외공관(대사관, 대표부, 총영사관 포함)과 본부를 오가며 순환 근무를 하기 때문에 어느 공관에서 누구와 호흡을 맞췄느냐가 향후의 경력과 ‘등용’ 여부에 밀접하게 관련된다. 물론 이런 특성으로 인해 같은 외교부 직원이면서도 평생 얼굴을 한번도 마주치지 못하는 사례도 없지 않다.
홍순영(洪淳瑛) 전 통일부장관이 별다른 인연도 없는 김대중(金大中) 정부에서 두 번씩이나 장관을 지낸 이면에는 DJ정부 외교안보 분야의 최고 실세였던 임동원(林東源) 전 국가정보원장이 나이지리아 대사이던 시절, 그와 함께 공사로 근무하며 맺은 인연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특정국가의 공관에 함께 근무하거나 그 나라에서 연수하면서 교류한 사람들의 인맥을 나타내는 사례로는 ‘워싱턴 스쿨’과 ‘저팬 스쿨’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워싱턴 스쿨은 그 이름대로 미국 워싱턴에서 연수를 마치고, 공관 근무를 한 뒤 본부 북미국에서 일한 외교관들을 가리킨다.
외교관 출신으로 역대 정권에서 장관 차관 또는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사람들의 절반 가까이가 워싱턴 스쿨 출신이라는 말도 있다.
일본 근무 경험을 공유한 사람들의 인맥인 저팬 스쿨은 공로명(孔魯明) 전 장관 시절인 95, 96년 전성기를 누리기도 했다.
그러나 한때 부러움을 받던 이들은 노무현(盧武鉉) 정부가 들어선 뒤 힘을 잃고 있다. 노 대통령이 정부 내 특정인맥 형성에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는 데다, 기존 대미(對美)정책에 대한 비판론이 대두하면서 과거 대미외교의 주축을 이뤘던 사람들에 대해 고깝지 않은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 그 원인이다.
워싱턴 스쿨 출신인 장재룡(張在龍) 전 프랑스대사, 임성준(任晟準) 전 외교안보수석, 심윤조(沈允肇) 전 북미국장 등이 현재 외교안보연구원으로 밀려나 있다.
또 저팬 스쿨의 경우, DJ 정부 때 통상교섭본부가 신설돼 과거 일본통이 주로 맡던 경제담당 차관보 자리가 없어지면서부터는 차관보 자리에 오른 사람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전통적으로 저팬 스쿨 출신으로 보임되던 아태국장 자리도 최근엔 중국통에게 밀리는 형국이다.
잘나가는 엘리트 코스로 외교부 안에서도 부러움과 시샘을 동시에 사던 사람들이 시대가 바뀌면서 경계의 대상이 된 셈이다.
외교부의 학맥으로는 전통적으로 경기고와 서울고가 양대 축을 형성해 왔다. 그러나 전북 출신인 윤영관(尹永寬) 외교부장관 부임 이후에는 전주고 출신이 부상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북미국장 아태국장 다자통상국장 지역통상국장은 G7에는 속하지 않지만, 실무 핵심 요직이다. 특히 북미국장은 외교부 안에서 선망의 대상이다. 한미동맹 관계가 중요시되는 한국외교의 특성상 대미 외교가 외교부 업무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북미국 관련 업무는 대통령이 직접 관심을 갖고 챙기기 때문에 그만큼 능력을 인정받을 기회가 많다.
최근에는 외교 다변화와 통상외교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새로 각광받는 자리도 생겨나고 있다. 한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움직임으로 인해 지역통상국장 자리에 무게가 실리고 있고, 이라크 사태가 관심을 끌면서 아중동국이 중요부서로 떠오르기도 한다.
이광재(李光宰) 아중동국장의 경우, 일반적으로 선호하지 않는 해당지역에서 7, 8년 근무한 경력이 있다는 점에서 지역전문가를 중시하는 새로운 인사 스타일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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