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원’ 만들기의 전도사 김대중씨(왼쪽)와 박범영씨. 이들은 “삶의 목표가 있어야만 돈도 모을 수 있다”며 단지 돈만 아는 부자가 되지 말 것을 강조했다.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일확천금을 노린 투기나 복권이 아니라면 ‘어느 세월에 월급 모아 10억원을 만드냐’고 푸념하겠지만 일상의 삶 속에서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 꿈을 이루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포털 사이트 다음 카페에서 ‘맞벌이부부 10년 10억 모으기’ 코너를 운영하고 있는 박범영씨(30)와 ‘나의 꿈 10억 만들기’의 저자 김대중씨(41)는 그 불을 지핀 선구자다.
‘10억원’의 꿈을 위해 지금도 열심히 달리고 있는 두 사람이 만나 돈의 의미와 돈 만들기 실천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2001년부터 ‘10억원 모으기’를 시작한 박씨는 현재 2억7000여만원(집을 포함한 총 자산)을 모았으며 김씨는 “상당히 근접해 가고 있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왜 ‘10억’인가?
▽박범영=쉽게 말하면 경제적인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상징적 액수가 ‘10억원’이라고 봅니다. 경제 규모가 엄청나게 커진 지금 선진국에서도 백만장자라는 말이 부자의 상징으로 통하고 있죠. 당장 무슨 일이 닥쳐도 나의 꿈과 생활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려면 10억원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김대중=10억원은 보통사람도 노력해 모을 수 있는 금액입니다. 보통은 지레 겁을 먹거나 자기와는 관계없는 일로 치부하고 생각조차 안하죠. 또 10억원은 단순히 돈의 액수만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삶에 대한 비전과 노력이 한데 녹아있는 액수죠. 꿈이 없는 사람은 절대로 돈을 모으지 못합니다.
▽박=잘 모르는 사람들은 ‘자린고비’를 연상하기도 합니다. 물론 하고 싶은 일, 갖고 싶은 것을 다 누리지는 못하죠. 하지만 궁상을 떨며 살지도 않습니다. 다만 하거나 갖고 싶은 것이 남들처럼 돈이 많이 드는 것이 아니라는 차이가 있죠.
▽김=저도 집에 드럼식 세탁기가 있고 가족들과 외식도 하죠. 하지만 외식이라고 반드시 비싼 뷔페나 바닷가재를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요. 남들이 동해안으로 휴가를 떠날 때 저희 가족은 박물관을 갑니다. 그렇게 지식이 쌓여 아들과 조선백자와 고려청자에 대한 토론을 하게 됐을 때의 기쁨은 말할 수 없이 컸습니다. 얼마나 만족하느냐가 중요하지, 얼마를 쓰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죠.
●집 평수 늘리면서 자산 불러
▽박=10억원 모으기에서는 초기 종자돈을 만드는 일이 가장 어렵죠. 처음 시작할 때(부부 합산 월소득 350만원)는 한 달에 200만원씩 저축을 했고 지금은 한 400만원 정도를 하고 있습니다. 2011년 정도가 되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죠.
▽김=저 같은 경우는 다른 특별한 방법보다 일단 집을 늘리는 것으로 자산을 늘렸습니다. 1987년 결혼 당시 16평에서 시작해 지금 43평까지 세 번 집을 옮겼죠. 아시다시피 증권사 직원은 주식투자를 못하니까 부동산에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었죠. 그 자산이 상당액이 되고 나머지 저축액은 아직 탐색기라고 할까요. 저금리시대에 투자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박=‘10억원’하니까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처럼 생각하는데 저 같은 경우는 매년 자산목표액을 수첩에 넣고 다닙니다. 10억원 모으기 3단계 중 1단계(종자돈 모으기)는 2001년 말로 끝났고 작년부터 2단계인 자산 극대화 시기에 들어갔죠. 3단계는 월소득 극대화 단계입니다. 자산 극대화는 주식과 부동산 투자, 예금 같이 다른 분들과 방법은 비슷합니다. 투자할 곳은 시기와 상황마다 다르니 아직은 뭐라 얘기할 수 없고요.
●저축-주식투자…경마-복권 관심 안둬
▽김=과외비가 제게도 부담이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죠. 제가 원래 수학을 잘해서 중학교 과정까지는 가르칠 수 있었는데 요즘은 아들이 특수목적고 준비를 하고 있거든요. 여기서부터는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과외를 시키는 데 이 돈이 만만치 않게 들더군요.
▽박=저는 아이들이 네살, 한살이어서 아직 그런 문제는 없고 결혼 초기에 아내를 설득하는 게 어려웠죠. 다행히 아내가 이해해줘서 지금은 저보다도 알뜰하죠.
▽김=제 아내는 아마 결혼 15년 동안 미장원을 10번도 안 간 것 같습니다. 부업으로 생활비도 보태고…. 그저 고마울 뿐이죠.
▽박=돈을 늘리는 데 투자는 필수적인 일이죠. 어떤 분들은 저축으로만 모으는 줄 아는데 그러기는 어렵고요. 위험 요소를 고려해서 일정 부분은 주식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흔히 말하는 로또나 경마, 복권 같은 것은 안하죠. 열심히 하면 반드시 목표를 이룰 수 있는데 왜 허튼짓을 하겠습니까.
▽김=부자들이 잘 다니는 장소를 한번 보세요. 어느 특급 호텔에 로또 판매기 있는 것 본 적 있습니까? 하지만 서민들이 다니는 지하철이나 버스정류장, 편의점 같은 곳에는 대부분 있죠. 부자는 괜히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그들의 나쁜 점을 크게 보는 경향이 있는데 그보다는 배워야할 점을 더 크게 봐야하지 않을까요?
▽김=이따금 강연을 나가면 꼭 하는 말이 있습니다. “요즘 취업이 힘듭니다. 어렵게 들어가도 정년까지 있지 못합니다. 퇴직금의 이자 수입으로는 생활조차 어렵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살려고 합니까?”라고요. 이 말 한마디면 소란스러운 분위기가 갑자기 조용해집니다.
●행복=경제력×(일 성취감+원만한 가정+건강)
▽박=상당히 많은 분들이 10억원이라는 금액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제가 무슨 10억원 만들기의 비법을 갖고 있거나 돈독이 오른 것으로 착각하죠. 10억원은 곧 생활입니다. 자신의 가정, 일, 꿈이 모두 어우러져야 가능한 일이죠. 자기 일에 만족을 느끼지 못하고, 삶에서 행복을 찾지 못하는 사람이 10억원을 갖고 있으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김=제가 쓴 책에 행복지수란 것이 있죠. 쉽게 말하면 ‘경제력×(일의 성취감+원만한 가정+건강)’입니다. 경제가 어렵고 취업난이 심해지니 돈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지만 돈은 자기 인생을 원하는 대로 설계하기 위한 도구라고 봐야겠죠.
▽박=저는 요즘엔 제 부모님의 교육방식을 곰곰이 되돌아보곤 합니다. 자기 인생을 스스로 설계하고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찾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아닐까요.
▽김=저는 아들에게 ‘네 돈은 네 돈이고 내 돈은 내 돈이다’, ‘나 죽으면 모두 기부하고 물려주지 않겠다’고 가르칩니다. 대신 아들이 받은 세뱃돈이나 용돈을 빼앗지도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은퇴 후 청소년 경제교육에 힘쓰고 싶습니다. 합리적인 소비, 올바른 신용카드 사용법 같은 것이죠. 돈 이야기는 많이 해도 아이들에게 올바른 경제교육을 시키는 집은 많지 않으니까요.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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