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직업이 직업인지라 햄버거에 들어가는 스테이크만 먹어 봐도 미국식을 가려낼 수 있다. 테네시주 출신인 나뿐만 아니라 텍사스, 사우스·노스캐롤라이나주 등 ‘햄버거의 고장’으로 알려진 남동부 출신들은 햄버거 맛에 민감하다.
그러나 미국식 햄버거는 한국인이 생각하는 ‘맥도널드’ 혹은 ‘버거킹’ 햄버거가 아니다.
미국인들이 즐겨 먹는 햄버거는 그릴에 구워 기름기를 다 빼내고 치즈와 야채를 듬뿍 얹어 먹으면 고기 특유의 향과 질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집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이라 주말이면 나와 아내는 아이 둘을 데리고 이태원을 걸어 다닌다. 쇼핑도 하고 좋은 음식점이 있으면 들어가서 먹어본다. 이렇게 해서 찾아낸 곳이 ‘내쉬빌 스테이크 하우스’(02-798-1592)다.
해밀톤 호텔 맞은편에 있는데 한 번 맛 본 뒤로는 발길을 끊을 수가 없다. 햄버거와 스테이크, 바비큐 등으로 많은 외국인들을 단골로 확보하고 있다. 그중 나는 햄버거를 즐겨 먹는다.
이 집의 햄버거는 가장 미국식에 가깝다. 햄버거에 들어가는 스테이크는 내가 주문한 대로 늘 ‘미디엄’으로 프라이팬이 아닌 그릴에 구워 내주는데 그 소스의 맛이 신선하다. 주인에게 물었더니 소스는 직접 만들어 방부제 없이 냉장고에 보관하며 1주일이 지나면 미련 없이 버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는 더블치즈버거를 주문하고 아이들과 아내는 보통 샌드위치를 먹는다. 뒷자리에 앉아 등을 편안히 기댄 뒤 햄버거를 먹으면서 서부 영화나 TV를 보고 있노라면 내 고향 테네시의 집에 앉아있는 듯하다. 여기 오는 많은 사람들도 맛과 그 분위기 때문에 자주 찾는다.
한국으로 발령받기 전에 일본에서 몇 년 머문 적이 있는데 일본에는 이런 정통 미국식 가게가 없었다. 내가 못 찾아낸 건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빌 케퍼 JW메리어트호텔 식음료담당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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