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한 잠옷을 걸친 한 아름다운 외국 여성이 나른한 표정을 지으며 “난 아직 만족하지 못했어!”라고 말한다. 그러자 잘 생긴 외국 청년이 길가에서 오토바이에 힘차게 시동을 걸며 “난 더욱 세지”라고 받는다. 이어 칵테일 바에서 교태가 한껏 묻어나는 예쁜 중국 아가씨가 옆에 있는 남자친구에게 “더 세면, 난 더 좋아할 거야”라고 속삭인다. 갑자기 화면에 ‘힘센 파도’라는 상표의 껌이 나타난다. 그러면서 “넌 파도야. 파도가 나를 마구 몰아붙이는 것 같아!”라며 숨넘어가는 여자의 목소리가 울린다.(한 지방 TV의 껌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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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군데가 끝내줘요. 크기만 봐도 흥분하고 말거예요!’ 광고 문구 바로 옆에는 터질 듯한 젖가슴과 잘록한 허리, 풍만한 히프를 자랑하는 아름다운 여성이 비키니 차림으로 행인에게 유혹하는 눈길을 보내는 대형 사진이 걸려 있다. 이 여성의 발밑에는 ‘큰 베란다, 큰 거실, 큰 침실에 당신은 만족할 것입니다’라는 작은 글씨가 씌어 있다.(후난성 창사의 한 아파트 분양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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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쭈이(親嘴·키스)의 맛을 알고 싶지 않으세요?” 동그란 눈매에 섹시한 입술을 가진 아름다운 소녀가 손에 든 연녹색 사탕갑을 입에 가져가 “쪽”하고 입을 맞춘다. 그러더니 갑자기 “아! 실수했어요. 저는 칭쭈이(淸嘴·입안을 상쾌하게 함)의 맛을 말하려던 것이었는데…”라고 말한다.(한 지방 TV의 사탕 광고)
●서구식 광고 물결
최근 중국에는 ‘미녀경제(美女經濟)’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단어 뜻 그대로 아름다운 여성의 용모나 몸매를 상품 광고나 판촉 등 상업화에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급격한 경제성장과 함께 기업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사회주의 국가 중국에서도 서구식 광고가 넘쳐나고 있다. 문제는 여성을 상품화하는 정도가 너무 심하다는 점이다. 여성의 몸매를 부각시키는 것은 물론 섹스를 노골적으로 암시하는 자극적인 광고 문구를 사용하는 것은 이제 상식처럼 돼 버렸다.
미녀경제의 범위는 광고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달 20일 서부 충칭(重慶)시의 한 호텔에서는 여성 나체 모델대회가 열려 사진작가는 물론 일반 관객까지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10명의 참가 모델은 처음에는 망사 가운을 입고 무대에 나타났고, 이어 실내 불을 잠깐 끄고 분위기를 고조시킨 뒤 다시 3개조로 나뉘어 나체를 선보였다. 입상 모델 5명은 다음날 오전 충칭 교외에서도 나체 촬영을 했다.
한 모델은 “대회 직전 3일 동안 나체 촬영에 대한 집중 훈련을 받았다”면서 “하지만 막상 사진기 앞에 알몸을 공개할 때는 너무 부끄러워 도망가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미스 ○○맥주 대회’ ‘△△시 제1차 미스 월계꽃 선발 대회’ ‘◇◇ 모델 선발대회’ 등 2년여 전부터 각종 미녀 선발 대회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나체 모델 대회까지 열린 것은 중국 역사상 처음이었다.
●"중국 성도덕 흔들릴 것"
백화점은 물론 대형 음식점, 호텔 등에서는 나체 또는 비키니만을 입은 여성 모델의 몸에 그림을 그리는 ‘인체 회화 대회’까지 성행하고 있다.
쓰촨(四川)성의 한 국영 주류회사 사장은 “2001년 2000만위안(약 30억원)을 들여 새 술을 개발하고도 매출이 부진해 고심하다가 올해 인체 회화 쇼를 개최했더니 판매가 늘어난 것은 물론 이젠 우리 상표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흡족한 표정으로 말했다.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의 한 백화점은 8월 백화점 입구에서 여성 모델이 거품 가득한 욕조에서 목욕하는 장면을 연출해 고객이 몰려들어 교통이 한때 마비되기도 했다. 이 백화점에서는 또 쇼윈도에 여성 모델들이 속옷만 입고 나와 고객들의 눈을 즐겁게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미녀경제에 대해 곱지 않은 눈길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여성계의 한 관계자는 “미녀경제는 근본적으로 여성을 성(性)적 대상으로 취급하는 저속한 발상에서 나온 것으로 서구적 광고 윤리와도 어긋난다”면서 “이런 현상이 심해지면 중국의 성도덕이 크게 흔들리고 여성 비하 심리도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미술계의 한 인사는 “인체 회화는 1960, 70년대 서구 젊은이들 사이에서 전통적 관념에 반기를 들기 위해 등장한 것으로 나름대로 철학과 예술을 담고 있었다”면서 “그러나 지금 중국에서 성행하는 인체 회화 행위는 철학도 예술도 아니며 오로지 여성의 몸을 돈과 연결시키려는 목적만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황유성 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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