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에서][영화]'매트릭스3…',‘상상도 못할 결말’… 씁쓸한 관객

  • 입력 2003년 11월 6일 17시 38분


‘매트릭스 3 레볼루션’-사진제공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매트릭스 3 레볼루션’-사진제공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6일 밤 10시반 서울 강변 CGV 영화관. 이날 밤 11시에 개봉하는 ‘매트릭스3 레볼루션’을 보기 위해 관객들이 몰렸다. 모두 3개관(550석)에서 상영하는 첫 회는 일찌감치 예매가 끝났다.

‘매트릭스’ 시리즈의 완결편인 이 영화는 ‘영화사상 처음으로 전 세계 같은 날 같은 시간 개봉’을 내세워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됐다. 이날 수능시험을 치르고 극장에 왔다는 재수생 신윤석씨(19·서울 강동구 상일동)는 “네오와 스미스의 싸움 결말이 궁금해서 왔다”고 말했다.

결국 364개 극장에서 동시 개봉된 이 영화는 첫 회 상영만으로 전국 6만500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서울 지역 첫 회 객석 점유율은 96%에 육박했다.

그러나 7일 새벽 1시 10분. 첫 회를 보고 극장을 나선 일부 관객들은 다소 실망스런 표정이었다. 직장인 황모씨(여·25)는 “정말 ‘상상도 못할 결말’이 맞기는 맞다. 이런 모호한 결말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미국과 유럽 반응도 냉담한 편. 6일 파이낸셜타임스지는 별 다섯개를 만점으로 하는 평가에서 이 영화에 대해 별 두개를 줬다.

그럼에도 ‘환상적인’ 첫 회 성적표가 나온 이유는 워너브러더스사의 ‘신비주의 전략’ 덕분. ‘To be concluded(다음 편에서 결론납니다)’란 매혹적인 자막으로 2편의 끝을 장식한 이 시리즈는 3편 개봉에 앞서 ‘감히 상상도 못할 결말’이란 광고문안으로 관객을 유혹했다.

이 영화는 미디어의 호기심까지 부추겼다. 지난달 1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워너브러더스 스튜디오 스티븐 J 로스 극장에서 세계 각국 기자들을 대상으로 열린 이 영화 첫 시사회. 두 번의 검문검색 끝에 당도한 극장 입구에서 기자들은 ‘11월3일까지 리뷰 기사를 쓰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약서에 서명한 뒤에야 입장할 수 있었다. 기자들은 “얼마나 대단한 영화이기에 호들갑을 떠는지 그 결말이 정말 궁금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기자시사회는 “영화 결말이 사전에 알려지는 것을 막는다”는 취지로 개봉 하루 전날 오후에야 열렸다. 영화를 본 일부 기자들은 “영화에 대한 비판적 리뷰가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역(逆) 마케팅 전략이었던 것 같다”며 이마를 쳤다.

마케팅에 ‘속은 건지 아닌지’는 관객 스스로 판단할 문제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영화의 마케팅이 영화 자체보다 더 영화적이었다는 사실이다. 그게 할리우드다.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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