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인 세상 불교로 풀어보자"…불교지식연대 창립 첫 토론회

  • 입력 2003년 11월 6일 18시 10분


보수와 진보, 노(勞)와 사(使), 젊은이와 어른으로 갈려 싸우는 사회. 내 편은 선이고 네 편은 악이라는 사고가 팽배한 세상. 이분법적 사고가 횡행하는 현실에서 불교적 가치와 사상으로 해법을 찾으려는 모임이 등장했다.

불교적 시각과 철학을 공유하는 지식인 80여명이 7일 오후 1시반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불교 지식인 연대’를 창립하고 ‘혼돈과 해체의 시대, 정(正·바름) 쟁(爭·다툼) 화(和·조화)의 의미’를 주제로 토론회를 갖는다.

‘불교 지식인 연대’의 참여 멤버들은 쟁쟁하다. 학계에선 박세일(서울대·법경제학) 심재룡(〃·철학) 김석준(이화여대·행정학) 박광서(서강대·물리학) 이각범(정보통신대·사회학) 성기태(충주대·토목공학) 성태용(건국대·철학) 장회익(녹색대·물리학) 홍기삼(동국대·국문학) 교수 등이 나섰다. 또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김규칠 불교방송 사장 등 언론계와 명호근 쌍용양회 사장 등 재계 인사들도 참여했다.

이들은 1960, 70년대 대학생불교연합회나 룸비니회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박세일 교수는 “대학 시절 성기태 교수, 김규칠 사장 등과 함께 서울 봉은사에서 법정(法頂) 스님을 지도법사로 모시고 용맹정진을 했다”며 “불교에서 배운 것을 사회에 환원하자는 당시의 약속이 이제야 첫발을 내디딘 셈”이라고 말했다.

‘불교 지식인 연대’는 사회의 전반적 현상과 문제점을 불교적 방식으로 연구하되 장기적 안목에서 해결책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즉 북한산 터널 문제와 같은 현안에 당장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개발과 환경의 조화’라는 담론 속에서 근본적 해결의 열쇠를 제공하겠다는 것.

김규칠 사장은 “앞으로 ‘불교인문사회과학원’을 설립해 환경파괴, 생명복제, 장기이식, 사형제도 등 현대 사회의 윤리적 난제들에 불교적 대안을 연구해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7일 토론회에서는 이각범 교수가 ‘포스트모던 사회와 불교사상’을 주제로 발표한다. 그는 “모든 만물이 그물코처럼 얽혀 있다는 불교 연기(緣起)사상을 바탕으로 해서 세상을 보면 보수 진보, 네 편 내 편 같은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이같이 자아를 해체하는 불교사상은 포스트모더니즘과 흡사하다”고 밝힌다.

성태용 교수는 ‘한국 사회와 화쟁(和爭)사상의 현대적 조명’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상대방에 대한 인정’을 중시하는 원효(元曉)의 화쟁사상으로 남북 및 남남갈등의 극복 방법을 모색한다.

박광서 교수는 “불교와 사회와의 다양한 접점을 찾기 위한 시도로 이 모임이 만들어졌다”며 “모임의 논의를 과연 얼마나 현실화하느냐가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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