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한 암캐 사샤는 자기 집에 놀러 온 순둥이 수캐 우디와 뒹굴며 장난을 치다가 우디에게 입술을 물렸다. 꽤 아팠던지 잠시 주춤하던 사샤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시 장난을 쳤지만 때때로 고개를 돌려서 몰래 상처를 핥았다. 우디가 집으로 돌아간 뒤에야 사샤는 엎드려서 연방 입술을 핥으며 아파했다. 사샤는 그가 호감을 가지고 있는 우디에게 그 때문에 상처를 입었다는 사실을 숨기고 싶었던 것이다.
세계적인 침팬지 연구가인 제인 구달 박사와 동물행동학자인 마크 베코프 미국 콜로라도대 교수는 사샤와 같은 동물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동물에게도 사랑, 수줍음, 겸연쩍음, 그리고 분노, 슬픔, 짜증 등 인간이 느끼는 거의 모든 감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탄자니아의 곰비계곡에서 침팬지들과 살고 있는 구달 박사와 미국의 도시에서 대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베코프 교수가 팩스 또는 전화로 정보와 의견을 주고받으며 자연과 동물, 인간에 관해 나눈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 편집자는 구달 박사의 글은 검정색 글자로, 베코프 교수의 글은 녹색 글자로 편집해 두 사람의 목소리를 구분해서 전해주지만, 두 사람이 전하는 메시지는 한목소리로 전해진다. 그것은 동물과 자연에 대한 진심어린 이해와 사랑의 실천을 통해 인간이 자연과 공생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그 실천의 방법으로 ‘생명 사랑의 십계명’을 제시했다.
첫째, 우리가 동물사회의 일원이라는 것을 기뻐하자. 둘째, 모든 생명을 존중하자. 셋째, 마음을 열고 겸손히 동물들에게서 배우자. 넷째, 아이들이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도록 가르치자. 다섯째, 현명한 생명지킴이가 되자. 여섯째, 자연의 소리를 소중히 여기고 보존하자. 일곱째, 자연을 해치지 말고 자연으로부터 배우자. 여덟째, 우리 믿음에 자신을 갖자. 아홉째, 동물과 자연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돕자. 열째,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희망을 갖고 살자.
성경 십계명이 그러하듯 이들은 ‘생명 사랑의 십계명’도 석판에 새겨두고 영원히 삶의 지침으로 삼을 것을 제안한다. 늘 동물들과 가까이 지내고 있는 두 저자는 인간과 별로 다를 바 없는 동물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며, 인간이 왜 당장 이 십계명을 실천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설득한다. 이 십계명은 8일 내한하는 구달 박사가 70여개국에서 펼치고 있는 동물보호 및 환경운동 ‘루츠 앤드 슈츠(Roots & Shoots) 프로그램’의 실천 강령이기도 하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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