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연출자는 “연극이 마음처럼 안 돼 죽을 심정”이라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문득 “김광보의 연출에는 나름대로의 완벽주의가 있다”고 말한 연극계 인사의 말이 떠올랐다.
그는 바쁜 연출가다. 이른바 ‘잘 나가는’ 연출가다. 올해 그가 연출한 ‘산소’ ‘당나귀들’ ‘프루프’는 모두 화제작으로 평가됐다. 어떤 작품도 소홀히 할 성품이 아닌데도 그는 유독 이번 작품에 대해선 까다롭게 신경을 쓰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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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월 ‘인류 최초의 키스’ 이후 2년 만에 올리는 우리 극단의 작품입니다. 외부 연출로 올리는 작품과는 마음가짐이 다르지요. 우리 극단의 색깔이 드러난다고 생각하니까…. 그리도 여러 작품을 하면서 ‘과연 내가 어떤 연극을 하고 있는가’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웃어라 무덤아’는 자신의 장례비라며 돈 100만원을 늘 품고 살던 할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다룬 연극. 돈이 없어지고 그 범인을 찾는 과정에서 우매하고 우스꽝스러운 인간 본연의 모습이 파헤쳐진다. 희곡은 ‘인류 최초의 키스’의 작가 고연옥씨가 썼다. ‘인류 최초의 키스’는 평단과 관객의 지지를 고루 얻으며 그의 이름을 알리는 데 한몫한 작품이었다.
김씨는 “연극이 재미는 있을 것”이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문제는 거기에 어떻게 제 색깔을 녹여 넣고, 어떻게 극단의 개성을 표현하느냐에 있지요.”
연습장 문을 나서는 등 뒤로 ‘완벽주의자’ 연출가의 배우들에 대한 ‘잔소리’는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모처럼 ‘왕년의 콤비’인 작가와 호흡을 맞춘 이 작품을 통해 그가 과연 자신이 찾고 있는 ‘색깔’을 발견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14∼30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소극장. 02-765-7890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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