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말 조선 숙종대에 발생한 판소리는 영조 정조 연간에 그 기틀이 잡혔고 고종대에 동리 신재효(桐里 申在孝·1812∼1884) 선생이 그 체계를 다듬어 ‘춘향가’ ‘심청가’ ‘박타령’ ‘가루지기타령’ ‘토끼타령’ ‘적벽가’ 여섯 마당으로 정리했다. 오늘날에는 이 중 ‘가루지기타령’이 빠져 판소리 다섯 마당으로 전승된다.
판소리는 창자가 고수(鼓手) 한 사람의 장단에 맞춰 일정한 내용을 서술 및 대화 형태로 노래하는 양식. 남도의 향토 선율을 토대로 장단과 성음을 변화시키며 아니리(말)와 발림(몸짓)을 곁들여 극적 효과를 높인다. 섬진강을 경계로, 소리의 끝을 길게 끌며 특유의 정한(情恨)을 짙게 표현하는 ‘서편제’와 꿋꿋하며 끝을 끌지 않고 웅대한 기상을 표현하는 ‘동편제’로 구별되지만 그 경계는 명확하지 않다. 이 두 갈래에 포함되지 않는 수많은 유파가 파생됐다.
유네스코의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은 한국의 무형문화재 보존제도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 1987년 제29차 총회에서 채택한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 선언에 따라 2001년 처음 채택된 19종목에는 한국의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과 함께 중국의 징쥐(京劇), 그루지야의 ‘그루지야 다성 음악’, 인도의 ‘쿠디야탐 산스크리트극’, 이탈리아의 ‘시칠리아 인형 오페라’, 일본의 ‘노(能)’ 등이 포함됐다.
유네스코의 이번 결정에 대해 국악계는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 조통달 명창(세종전통예술회 이사장)은 “판소리에는 삼강오륜이 모두 녹아있어 한국의 음악문화뿐 아니라 정신문화 전반을 외국인이 이해하는 데 좋은 도구가 된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판소리의 세계무대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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