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포커스]공익단체 홍보돕는 '인컴PR재단' 손용석씨

  • 입력 2003년 11월 11일 20시 19분


《‘여기 소년소녀 가장을 위해 일하는 공익단체가 있다. 좋은 뜻을 펼치고 싶지만 알아주는 이 없고 빡빡한 예산으로 홍보는 꿈도 못 꾼다. 세상에 알려지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더 쉽게 찾아올 수 있을 텐데…. 방법이 없을까?’ 홍보대행사 인컴브로더의 손용석(孫容奭·46) 사장은 이런 문제에 유달리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돈 있는 기업들만 PR 활동을 하라는 법은 없지 않느냐는 문제의식을 꽤 오랫동안 가져왔다. 최근엔 아예 ‘인컴PR재단’을 설립해 고민 해결에 직접 나섰다.》

‘인컴PR재단’은 비영리단체의 홍보 프로그램을 인적·물적으로 지원해준다는 취지에서 설립된 비영리재단이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이 재단은 5일 정식으로 설립 승인을 받고 활동을 시작했다. 첫 출연금 2억원은 손 사장이 사재를 털어 마련했다.

“저는 홍보활동의 효과에 대한 확신과 애정이 있습니다. 이렇게 좋은 것이 예산과 전문성 부족으로 활용되지 못하는 게 안타까웠죠. 특히 보람 있는 일을 하는 공익단체들에 이걸 꼭 나눠주고 싶었어요.”

손 사장은 10년 전 동료 4명과 함께 창업한 ‘인컴기획’을 이 분야에서 매출액 기준 국내 1위 업체로 키워낸 전문 ‘홍보맨’이다. 2001년엔 미국의 홍보대행사인 ‘브로더 월드와이드’와 전략적 제휴를 하고 ‘인컴브로더’라는 대형회사로 변신시켰다. 자회사였던 ‘IT코리아’에는 또 다른 다국적 홍보대행사 ‘플레시먼힐러드’의 투자를 유치해 선진 홍보기법을 들여왔다.

손 사장은 회사를 키우는 데 치중하던 시기에도 틈날 때마다 “PR능력을 기부하는 단체를 만들고 싶다”는 말을 노래 부르듯 해 왔다고 주변사람들은 말한다.

“미국 사회에서 빈부 격차를 메우는 원동력은 기부문화가 아닐까요. 기부는 어느 영역에서든 나눌 능력과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어요. 국가는 비정부기구(NGO)나 국립예술단의 홍보 같은 일에까지 신경을 못 쓰잖아요. 이런 틈새 영역에서 우리의 재능을 활용하는 거죠.”

인컴PR재단이 세상에 선보이기까지는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형태의 재단이라 어디서 설립승인을 받아야 할지조차 아는 사람이 없었다. 이 역할을 맡은 국정홍보처는 재단의 역할과 활동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설득에 설득을 거쳐 10개월 만에 승인을 받았어요. 고작 2억원을 갖고 무슨 활동을 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할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합니다. 5년 안에 기금 규모를 10억원으로 늘리고 전국의 홍보전문가들로 구성된 인적 자원을 확보할 겁니다.”

인컴PR재단은 승인을 기다리는 동안 이미 첫 번째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올 봄 경기 성남시 분당의 대안학교인 ‘이우학교’를 찾아가 PR전략을 짜준 것. 3개월에 걸친 작업 끝에 학부모 구전(口傳)을 통한 홍보, 일관된 커뮤니케이션 메시지 설계 등 전략을 제시했다.

두 번째 지원 대상으로 삼은 것은 ‘들꽃마을’이라는 대안가정 지원 프로그램이다. 들꽃마을은 부모 없는 청소년 3, 4명이 모여 교사 1명과 조그만 전셋집에서 실제 가정을 꾸리는 집합체를 뜻한다. 이 대안가정의 존재를 널리 알려 기업 등 후견인을 끌어들이고 가정을 원하는 청소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제시한다는 것이 PR의 목표다.

인컴PR재단에는 우선 인컴브로더 직원들이 참여했다. 수개월이 걸리는 전문 프로젝트에 따로 개인시간을 쏟아야 하지만 상당수가 자발적으로 지원했다고 한다.

손 사장은 “다양한 동호회 활동과 나누는 문화에 익숙한 사내 분위기 덕분”이라며 직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실제 인컴브로더는 ‘파이 쪼개기’라는 개념으로 매년 수익금의 10%를 사회봉사기금으로 사내에 쌓아둔다. 만화와 스키, 영화클럽 등 동호회 모임도 활발하다. 3년 일하면 1개월 안식휴가와 함께 일정금액의 경비를 지원받고, 여성이 출산과 육아휴직을 합쳐 모두 1년 동안 쉬는 일도 당연시된다.

그러나 직원들은 이와 달리 “‘별 박사님’의 독특한 경영철학의 결과”라며 ‘사장님’ 자랑을 늘어놨다.

“사장님 별명이 ‘별 박사’예요. 직원들에게 태고시절 우주의 창조부터 공룡이 명멸(明滅)하는 시기를 거쳐 현대까지 아우르는 역사를 읊어주곤 하시죠. 홍보인이 가져야 할 자세와 철학으로 귀결되는 한 편의 대서사시에 직원들은 혀를 내둘러요.”(인컴브로더 윤모 과장)

손 사장은 사내에서 ‘꿈꾸는 사람’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미래 비전으로 가득한 사람이라는 이 표현에 대해 그는 “현실성이 없다는 뜻이에요. 아마 직원들은 속으로 불평을 하고 있을지도 몰라요”라며 웃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손용석씨 프로필▼

△1957년 서울 생

△1980년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 졸

△1980년 3월∼1984년 3월 공군 사관학교 중국어교관

△1984년 4월∼1990년 11월 삼성 물산 기획실 과장

△1991년 1월∼1993년 5월 나라 기획 프로모션 부장

△1993년 6월∼ 인컴기획 대표이 사 사장

△2001년 인컴브로더로 사명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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