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상자’ TV도 잘만 활용하면 ‘보물 상자’다. 지상파 방송 3사의 문화 관련 프로그램들은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문화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3일 첫 방송된 ‘TV 문화지대’(월∼목 밤 11·35)는 요일별로 25분씩 클래식음악(월요일) 미술(화요일) 시(수요일) 전통문화(목요일)를 소개한다. 길환영 책임프로듀서는 “백화점식 문화행사 나열이 되지 않도록 요일별로 장르를 한정하고 시의성의 영향을 덜 받고자 했다”고 말했다.
첫 방송에서는 KBS 1FM의 조사에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 곡 중 하나로 꼽힌 구노의 ‘아베 마리아’를 소개했다. 팝페라 가수 임형주는 이 노래를 불러준 뒤 “경건하고 맑은 선율에서 구노의 깊은 신앙심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5일 방송된 시 관련 코너 ‘낭독의 발견’은 진행자인 탤런트 송선미가 피아노 선율에 맞춰 기형도의 ‘빈집’을 낭독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어 시인 장석주씨가 좋아하는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반응은 대부분 긍정적이다. 그러나 시청자 ‘blank’는 “장씨가 니체의 글을 인용했을 때 송선미가 ‘글 쓰는 게 정말 힘든 직업인 것 같다’처럼 뻔한 코멘트를 해서 실망했다”고 지적했다.
기존 프로그램으로는 주 1회 50분씩 방송하는 SBS ‘금요 컬처 클럽’(금 오전 11·35)과 MBC ‘즐거운 문화읽기’(목 오전 11시)가 있다.
‘TV 문화지대’와 달리 이들 프로그램은 뮤지컬이나 만화 등 대중문화도 소개하며 문화인물 인터뷰, 축제나 무대공연의 현장 취재, 신간 소개 등으로 꾸며진다.
이 프로그램들은 때로 ‘문화 전도사의 역할’을 의식해 파격을 시도한다. ‘즐거운 문화읽기’ 10월 2일 방송에서는 올해 ‘서울국제 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단편부문 대상작인 8분짜리 애니메이션 ‘인생’(감독 김준기) 전편을 방영하기도 했다.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