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경기 고양시 일산에 자리 잡은 인제대 일산 백병원 이원로(李元魯·65) 원장은 “우리 병원은 세계적 의료수준을 갖춘 병원으로 탈바꿈하고 있으며 단기간 심장시술 2000회 돌파로 그 계기를 마련했다”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지난해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에서 이곳으로 자리를 옮긴 이 원장은 ‘비전21심장혈관센터’를 설립해 1년5개월 만에 심도자시술 2000회, 개흉(開胸) 수술 200회를 돌파했다.
심도자시술은 심장질환 진단 및 치료를 위해 풍선이나 스텐트 등 혈관 확장 기구를 삽입하는 것이다.
대한고혈압학회 회장이기도 한 그는 “이 기간에 2000회를 돌파했다는 것은 의료진이 환자들과 호흡을 잘 맞춰 이뤄낸 결과로 정말 대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원장은 1972년 미국 워싱턴주립대학 의대 연구교수로 활동을 시작해 94년 서울삼성병원 개원에 맞춰 귀국하기 전까지 조지타운 의대와 제퍼슨병원 등에서 심장 전문의로 명성을 날렸다.
그는 “심장질환과 관련해 미국과 우리나라의 의료수준에 차이가 없다”며 “다만 새로운 시술과 신약 사용에 대해 미국에서는 의료진과 환자 모두 적극적인 반면 우리는 이를 기피하는 성향이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새로운 시술 도입을 위해 그는 센터 연구진을 조교수급의 젊은 인력으로 구성해 진단과 시술 등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
생사의 갈림길인 수술실과 응급실에서 느꼈던 감정을 벌써 세 권의 시집으로 엮어낸 시인이기도 한 그는 틈틈이 써 온 새 작품들을 엮어 내년 초 네번째 시집을 출간할 예정이다.
환갑을 훨씬 넘긴 나이지만 그는 주말이나 휴일에도 병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경영을 책임지는 원장직을 수행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이다 보니 ‘칼’이 무디어지지 않나 걱정이 됩디다. 하는 수 있나요, 남들 쉴 때라도 병원에 나와 책도 읽고 연구도 해야 뒤처지지 않지요.”
그는 “어느 곳에 있든 병원은 끊임없는 연구로 더 나은 치료법을 개발해 환자들을 완치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한국은 관료 주도의 의료시스템이 문제지만 어쨌거나 병원 문제는 의료진이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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