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의 주인공인 안동의 권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책이 나왔다는 사실을 기사를 통해서야 알았습니다. 곧바로 한길사측에 ‘출간을 허락한 일이 없는데…. 내고 싶지 않다’고 말했죠. 너무도 어려웠던 시절의 이야기이기에 되돌아보기 싫었고, 다른 이들에게 읽히고 싶은 마음도 없었습니다.”
한길사 관계자는 책이 나온 후인 12일 권씨를 방문해 사죄했지만 권씨는 “책을 내지 않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다만 서점에 배포된 초판 1200여부에 대해서는 회수조치를 요구하지 않았다. 한길사 김언호 사장은 1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출간 전에 정식으로 권 선생의 양해를 얻지 않은 것은 분명한 잘못”이라고 말했다.
“편지는 작고한 이 선생에게서 입수했죠. 그동안 출간을 준비해온 사실을 권 선생이 잘 알고 있어서, 양해한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출판사로서는 두 사람 사이에 오간 아름다운 사연을 공개하는 것이 독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이라고 판단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어떠한 선한 의도도 저자의 의사보다 우선될 수는 없다는 점을 이번 사건은 일깨워주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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