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스키시즌 안전사고 주의…오후시간 중급자 조심

  • 입력 2003년 11월 23일 17시 09분


코멘트
《스키 시즌이 돌아왔다. 시원스레 설원을 가르는 상상만 해도 몸이 근질거린다. 주말까지 어떻게 기다리나…. 올해 스키장을 찾는 사람은 500만명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1일 1000명당 부상 비율이 스키는 0.02명, 스노보드는 3명 정도라는 사실을 아는가. 》

▽스포츠의학으로 분석하면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실 박원하 교수는 하체 근력과 균형감 개선을 스키와 스노보드의 최대 장점으로 손꼽는다. 그러나 심폐 기능은 개선되지 않는다.

일반인이 스키를 타고 슬로프를 내려갈 때 속도는 10∼30km 정도. 스노보드의 속도는 이보다 약간 떨어진다. 그러나 이 정도면 사고의 우려도 높다. 대부분 보호 장비를 착용하지 않기 때문에 사고 위험은 커진다. 넘어질 때 체중에 가속도가 얹어지면서 부상 정도도 심해진다.

오후 2∼4시에 가장 사고가 많다. 기온 상승으로 눈이 녹으면서 스키와 스노보드의 회전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피로감이 쌓이면서 판단력이 흐려지고 짜증이 나는 ‘과훈련증후군’이 발생하기 쉬운 것도 이유다. 오히려 야간에는 사고발생률이 떨어져 5.5% 정도에 불과하다. 1시간을 즐겼으면 10분은 반드시 쉬어야 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상급코스에서 발생한 사고의 30%가 초급자였으며 38%가 중급자였다. 중급코스 사고 중 43%는 초보자였다. ‘자만’이 사고를 부르는 것.

▽ 사고와 응급의학

사고는 중급코스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연세대 원주의대 연구팀이 2000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골절 사고는 중급코스(37%)와 고급코스(36%)에서 주로 발생했으며 초급코스는 27%로 가장 낮았다.

스웨덴의 에나 에릭슨 박사가 유럽 지역의 스키 사고를 조사한 결과 경력 1년 이내의 초보자가 전체의 32∼35%로 가장 많았다. 스노보드 사고 역시 초급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부상 유형별로 보면 스키는 화상, 타박상, 골절 및 탈골, 손발목삠(염좌) 순이었으며 스노보드는 염좌, 타박상, 골절 및 탈골, 화상의 순이었다. 부상부위는 스키가 다리, 특히 무릎이 많았고 스노보드는 손목 관절에 집중됐다.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임경수 교수는 준비운동을 강조했다. 실제 중증사고로 인한 응급상황의 경우 9.5%만이 사전에 준비운동을 했다는 조사도 나와 있다. 스키를 타기 직전 15∼30분간 스트레칭을 해 근육을 풀어주되 땀이 날 정도로 하는 게 좋다.

응급환자는 건드리지 말고 패트롤(안전요원)을 부르는 게 좋다. 이때 환자의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모포나 잠바로 싸 주도록 한다.

▽ 현장에서 지켜보니

패트롤은 하루에도 몇 번이나 사고를 목격한다. 강원 용평스키장 패트롤 박수영 대장은 전체 사고의 60% 정도가 충돌로 일어난다고 말했다. 박 대장에 따르면 사고는 슬로프 맨 상단에서부터 150∼200m 지점에서 가장 많이 생긴다. 실력이 미숙해 생기기도 하지만 담배를 피우다가, 휴대전화를 받다가 내려오는 사람에게 들이받히기도 한다. 가장자리보다는 중앙부분에서 사고가 더 많다.

최근엔 스노보드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2002년 울산대 강릉병원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3년 전 스노보드 환자는 12.2%에 불과했지만 1년 만에 30.4%로 증가했다. 박 대장은 지난해 40% 정도가 스노보드 환자였다고 추정했다.

스노보더와 스키어가 충돌하면 스키어가 크게 다칠 확률이 높다. 스노보드가 스키어의 허벅지 부분에 자주 부딪치기 때문이다. 크게 찢어지거나 머리 출혈 등 큰 사고의 위험 역시 스키가 크다.

▽ 스키 동호회의 훈련법

매년 스키장에서 30일간 합숙훈련을 하는 건국대 스키팀은 그동안 사고 한번 나지 않은 동아리다. 김근 회장이 말하는 비법은 철저한 교육과 훈련.

사고를 내지 않으려면 원하는 지점에서 멈출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초보자는 천천히 내려오면서 정지하는 훈련을 맨 먼저 받는다. 이어 속도조절과 방향회전. 리프트를 타고 내리는 교육도 빠뜨리지 않는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용을 쓰다 보면 더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몸을 약간 돌려 앉는 자세를 취하면서 엉덩이 쪽으로 체중을 싣는다. 넘어진 뒤에는 슬로프 상단을 살피면서 가장자리로 잽싸게 이동해야 한다. 사고 대처요령도 가르친다. 쓰러져 있는 사람의 위쪽 1.5∼2m 정도에 스키나 폴대를 꽂아 다른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한다. 초보자의 혼자 행동은 허용하지 않으며 반드시 중급자 이상의 짝을 붙여준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스키 안전하게 타기 6계명▼

▼준비운동은 충분하게▼

부상정도에 관계없이 부상자의 77%가 준비운동을 하지 않는다는 연구가 있다. 갑자기 넘어지면 근육이 급속도로 수축해 경련이 생기기 쉽다. 따라서 스트레칭을 통해 충분히 풀어주는 게 좋다. 15분 이상 땀 날 정도로 해야 하며 못 해도 10분 이상 스트레칭을 하도록 한다.



▼장비점검 잊지 마라▼

넘어질 때 부츠와 스키를 연결하는 바인딩이 풀리지 않으면 무릎관절에 심한 충격을 준다. 사고를 분석해보면 65%가 양쪽 또는 한쪽 바인딩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일어났다. 바인딩 작동상태와 함께 스키부츠가 발에 맞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헬멧과 고글 등 보호장비도 챙긴다.



▼슬로프 상태를 살펴라▼

눈이 녹았다가 다시 얼어 빙판이 된 곳, 또는 현재 녹아있는 곳은 사고의 위험이 높다. 스키장 바닥이 울퉁불퉁하거나 눈이 내릴 때도 슬로프 상태는 나빠진다. 이 경우 평소보다 한 단계 낮은 코스를 선택하도록 한다.



▼안전수칙 지켜라▼

조금 익숙해지면 바로 상급 코스로 향하는 버릇을 버려야 한다. 속도조절과 급제동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슬로프에서의 안전수칙도 숙지해야 한다.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거나 넘어진 뒤 ‘에라 모르겠다’며 누워버리면 충돌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음주 스키 또한 절대 금물이다.



▼피로 느끼면 당장 중지▼

웬만한 선수도 하루 3∼4시간 스키를 타면 극도의 피로감을 느낀다. 과훈련증후군 때문이다. 특히 활강 도중 갑자기 피로가 찾아오면 즉시 중지하고 안전지대를 통해 내려오는 게 좋다. 식욕저하와 변비를 부를 수도 있다.



▼넘어지는 것을 두려워 말라▼

잘 넘어지는 사람이 스키를 잘 탄다는 말도 있다. 몸을 옆으로 돌리면서 눈 위에 앉듯이 넘어지는 게 좋다. 그리고 과거에 다쳤던 기억은 심적 불안을 초래해 몸을 위축시키기 때문에 빨리 잊고 다시 시작하는 게 좋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