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의학으로 분석하면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실 박원하 교수는 하체 근력과 균형감 개선을 스키와 스노보드의 최대 장점으로 손꼽는다. 그러나 심폐 기능은 개선되지 않는다.
일반인이 스키를 타고 슬로프를 내려갈 때 속도는 10∼30km 정도. 스노보드의 속도는 이보다 약간 떨어진다. 그러나 이 정도면 사고의 우려도 높다. 대부분 보호 장비를 착용하지 않기 때문에 사고 위험은 커진다. 넘어질 때 체중에 가속도가 얹어지면서 부상 정도도 심해진다.
오후 2∼4시에 가장 사고가 많다. 기온 상승으로 눈이 녹으면서 스키와 스노보드의 회전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피로감이 쌓이면서 판단력이 흐려지고 짜증이 나는 ‘과훈련증후군’이 발생하기 쉬운 것도 이유다. 오히려 야간에는 사고발생률이 떨어져 5.5% 정도에 불과하다. 1시간을 즐겼으면 10분은 반드시 쉬어야 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상급코스에서 발생한 사고의 30%가 초급자였으며 38%가 중급자였다. 중급코스 사고 중 43%는 초보자였다. ‘자만’이 사고를 부르는 것.
▽ 사고와 응급의학
사고는 중급코스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연세대 원주의대 연구팀이 2000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골절 사고는 중급코스(37%)와 고급코스(36%)에서 주로 발생했으며 초급코스는 27%로 가장 낮았다.
스웨덴의 에나 에릭슨 박사가 유럽 지역의 스키 사고를 조사한 결과 경력 1년 이내의 초보자가 전체의 32∼35%로 가장 많았다. 스노보드 사고 역시 초급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부상 유형별로 보면 스키는 화상, 타박상, 골절 및 탈골, 손발목삠(염좌) 순이었으며 스노보드는 염좌, 타박상, 골절 및 탈골, 화상의 순이었다. 부상부위는 스키가 다리, 특히 무릎이 많았고 스노보드는 손목 관절에 집중됐다.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임경수 교수는 준비운동을 강조했다. 실제 중증사고로 인한 응급상황의 경우 9.5%만이 사전에 준비운동을 했다는 조사도 나와 있다. 스키를 타기 직전 15∼30분간 스트레칭을 해 근육을 풀어주되 땀이 날 정도로 하는 게 좋다.
응급환자는 건드리지 말고 패트롤(안전요원)을 부르는 게 좋다. 이때 환자의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모포나 잠바로 싸 주도록 한다.
▽ 현장에서 지켜보니
패트롤은 하루에도 몇 번이나 사고를 목격한다. 강원 용평스키장 패트롤 박수영 대장은 전체 사고의 60% 정도가 충돌로 일어난다고 말했다. 박 대장에 따르면 사고는 슬로프 맨 상단에서부터 150∼200m 지점에서 가장 많이 생긴다. 실력이 미숙해 생기기도 하지만 담배를 피우다가, 휴대전화를 받다가 내려오는 사람에게 들이받히기도 한다. 가장자리보다는 중앙부분에서 사고가 더 많다.
최근엔 스노보드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2002년 울산대 강릉병원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3년 전 스노보드 환자는 12.2%에 불과했지만 1년 만에 30.4%로 증가했다. 박 대장은 지난해 40% 정도가 스노보드 환자였다고 추정했다.
스노보더와 스키어가 충돌하면 스키어가 크게 다칠 확률이 높다. 스노보드가 스키어의 허벅지 부분에 자주 부딪치기 때문이다. 크게 찢어지거나 머리 출혈 등 큰 사고의 위험 역시 스키가 크다.
▽ 스키 동호회의 훈련법
매년 스키장에서 30일간 합숙훈련을 하는 건국대 스키팀은 그동안 사고 한번 나지 않은 동아리다. 김근 회장이 말하는 비법은 철저한 교육과 훈련.
사고를 내지 않으려면 원하는 지점에서 멈출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초보자는 천천히 내려오면서 정지하는 훈련을 맨 먼저 받는다. 이어 속도조절과 방향회전. 리프트를 타고 내리는 교육도 빠뜨리지 않는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용을 쓰다 보면 더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몸을 약간 돌려 앉는 자세를 취하면서 엉덩이 쪽으로 체중을 싣는다. 넘어진 뒤에는 슬로프 상단을 살피면서 가장자리로 잽싸게 이동해야 한다. 사고 대처요령도 가르친다. 쓰러져 있는 사람의 위쪽 1.5∼2m 정도에 스키나 폴대를 꽂아 다른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한다. 초보자의 혼자 행동은 허용하지 않으며 반드시 중급자 이상의 짝을 붙여준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스키 안전하게 타기 6계명▼
▼준비운동은 충분하게▼
부상정도에 관계없이 부상자의 77%가 준비운동을 하지 않는다는 연구가 있다. 갑자기 넘어지면 근육이 급속도로 수축해 경련이 생기기 쉽다. 따라서 스트레칭을 통해 충분히 풀어주는 게 좋다. 15분 이상 땀 날 정도로 해야 하며 못 해도 10분 이상 스트레칭을 하도록 한다.
▼장비점검 잊지 마라▼
넘어질 때 부츠와 스키를 연결하는 바인딩이 풀리지 않으면 무릎관절에 심한 충격을 준다. 사고를 분석해보면 65%가 양쪽 또는 한쪽 바인딩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일어났다. 바인딩 작동상태와 함께 스키부츠가 발에 맞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헬멧과 고글 등 보호장비도 챙긴다.
▼슬로프 상태를 살펴라▼
눈이 녹았다가 다시 얼어 빙판이 된 곳, 또는 현재 녹아있는 곳은 사고의 위험이 높다. 스키장 바닥이 울퉁불퉁하거나 눈이 내릴 때도 슬로프 상태는 나빠진다. 이 경우 평소보다 한 단계 낮은 코스를 선택하도록 한다.
▼안전수칙 지켜라▼
조금 익숙해지면 바로 상급 코스로 향하는 버릇을 버려야 한다. 속도조절과 급제동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슬로프에서의 안전수칙도 숙지해야 한다.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거나 넘어진 뒤 ‘에라 모르겠다’며 누워버리면 충돌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음주 스키 또한 절대 금물이다.
▼피로 느끼면 당장 중지▼
웬만한 선수도 하루 3∼4시간 스키를 타면 극도의 피로감을 느낀다. 과훈련증후군 때문이다. 특히 활강 도중 갑자기 피로가 찾아오면 즉시 중지하고 안전지대를 통해 내려오는 게 좋다. 식욕저하와 변비를 부를 수도 있다.
▼넘어지는 것을 두려워 말라▼
잘 넘어지는 사람이 스키를 잘 탄다는 말도 있다. 몸을 옆으로 돌리면서 눈 위에 앉듯이 넘어지는 게 좋다. 그리고 과거에 다쳤던 기억은 심적 불안을 초래해 몸을 위축시키기 때문에 빨리 잊고 다시 시작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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