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도 갱년기를 겪는다고 주장하는 측은 40∼55세 남성이 남성호르몬 감소로 인해 신체적 변화는 물론 정신 및 심리적인 상태, 또 대인관계 및 사회생활 전반에 걸쳐 변화를 겪는 현상을 남성 갱년기라고 지칭한다.
50대 이후 남성의 만성피로, 무력감, 우울, 성욕저하, 기억력 감퇴 등 여러 변화는 테스토스테론이라는 남성호르몬 감소와 연관이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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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 안태영 교수는 “남성호르몬은 여성호르몬처럼 급격하게 감소되는 것이 아니며 감소되는 시기도 훨씬 고령대이고 모든 남성에게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따라서 이 같은 남성호르몬 감소를 남성 갱년기라고 말하기보다는 ‘남성호르몬 결핍증’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남성 갱년기는 있다=외국에선 남성 갱년기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2000년 세계보건기구(WHO)에 제출된 ‘남자, 노화와 보건’ 보고서는 ‘안드로포즈(andropause)’란 용어를 사용했다. 안드로포즈란 여성의 폐경(menopause)에 빗댄 말로 ‘남성 폐경’으로 번역할 수도 있다.
또 미국내분비학회에서도 안드로포즈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국제남성노화학회에선 최근 남성 갱년기를 두 가지 조건만 만족시키면 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즉 남성 갱년기 증세가 있고, 그 증세가 남성호르몬의 수치가 떨어져서 생긴 것이라는 연관성 확인만 가능하면 된다는 것. 이때 남성 갱년기로 진단된 사람은 남성호르몬제제를 통해 증세를 쉽게 호전시킬 수 있기 때문에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남성 갱년기는 상술=남성 건강분야 전문가인 미국 뉴잉글랜드연구소의 존 매킨리 교수는 “남성호르몬의 감소는 노화보다는 당뇨병이나 심장질환, 우울증 등과 관계가 있다”며 “특히 흡연과 과음, 운동부족 등 불건전한 생활습관이 큰 영향을 준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남성 갱년기라는 것은 성욕감퇴 현상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호르몬요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남성을 이용하려는 일부 의료계와 제약업계의 상술에 불과하다고 매킨리 교수는 지적했다.
서울아산병원 안 교수는 “60세 이상 남성에서 남성호르몬이 감소하는 비율은 30% 정도지만 이들 중 3분의 1 정도만 남성호르몬 결핍 증세를 겪고 있기 때문에 결국 호르몬요법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대상은 전체의 1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남성호르몬 보충 좋은가=분당서울대병원 내과 김철호 교수는 “1∼2년 전만 해도 폐경 여성이 여성호르몬을 보충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남성호르몬 보충도 당장은 좋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좋다고 말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최근엔 남성호르몬 수치가 정상인데도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남성호르몬을 투여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남성호르몬제제는 남성호르몬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증세를 호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만 보통 사람에겐 큰 효과가 없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내과 임승길 교수는 “남성호르몬이 충분한 사람이 호르몬제제를 복용하면 일시적으로 근력이 늘어날 수 있겠지만 오히려 관상동맥 질환이 늘어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남성호르몬 치료는 회춘 치료가 아니며 먼저 충분한 휴식과 스트레스 관리, 규칙적인 식습관과 운동 등 좋은 생활습관을 가지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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