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이효표 교수(61)는 이 분야에서 의학이론의 큰 틀과 치료법이 바뀌는 것을 지켜보며 환자를 진료해 와서인지 말을 아낀다.
그는 묵묵히 환자를 보고 조용히 연구에 매달리고 있다. 그런데도 낭중지추(囊中之錐·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많은 사람 속에 섞여 있어도 눈에 띈다는 뜻)라고나 할까. 주위에서는 하나같이 이 교수의 환자에 대한 깊은 속정과 연구에 관한 열정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 교수는 1980년대 중반 암 덩어리가 너무 커 수술이 어렵거나 다른 곳으로 전이된 환자에게 항암제를 투여한 뒤 수술하는 방법을 국내 처음으로 시작했다. 같은 시기 온몸으로 항암제가 순환하는 정맥주사 대신 동맥을 통해 곧바로 자궁경부에 항암제를 투여하는 치료법도 도입했다. 최근에는 같은 병원 치료방사선과 우홍균 교수와 함께 수술과 방사선 치료를 병행해 완치율을 높이고 있다.
이 교수는 1990년대 왜 한국인이 일본인이나 중국인보다 자궁경부암 환자가 많은지를 캐다가 한국인에게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변종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는 이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인의 특성에 맞는 자궁경부암 치료 백신의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부인종양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
“자궁경부암이 가장 많으며 매년 6000여명에게서 발생한다. 자궁은 조롱박이 거꾸로 매달린 모양인데 이 조롱박의 입구가 경부(頸部), 즉 목이며 여기에 발생하는 암이 자궁경부암이다. 이 암은 최근까지 여성암 중 압도적 1위였지만 최근 유방암, 위암, 대장암에 이어 4위로까지 내려왔다. 이것은 오로지 암 전단계인 자궁경부 이형증(異形症), 상피내암 단계에서 발견해 치료한 덕분이다. 이들을 합치면 아직도 여전히 1위이다. 매년 1000∼1200명에게서 난소암, 600∼700에게서 자궁내막암이 생긴다. 이 두 종양은 서구여성에게서 많이 생기는데 국내에서도 생활습관의 서구화로 증가하고 있다.”
―자궁경부암은 HPV 탓에 생긴다는데….
“그렇다. HPV는 주로 성행위에 의해 옮기며 자신이 살아가기 위해 만드는 단백질의 일부가 인체에서 암을 억제하는 단백질의 작용을 방해한다. 현재 한국 여성의 30% 정도, 윤락여성은 40% 정도가 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다. HPV에 감염됐다고 모두 암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HPV에는 80여 가지가 있는데 이 중 고위험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의 20∼30%에게서 암의 전단계인 이형증이 생기고, 이 가운데 10∼20%가 암으로 진행된다. 자궁경부 세포의 특성, 면역력의 차이에 따라 암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HPV 감염 외 다른 직접적 요인이 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흡연은 단독으로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HPV는 박멸할 수 없다. 세포가 변형된 부위를 발견해 그 부위를 제거해야 한다. 암으로 진행되기 전에 발견하면 살짝 그 부위를 잘라내면 되고 만약 자궁을 들어낼 경우에도 주위 조직은 그대로 둘 수 있다. 이 때문에 숨지는 경우도 없다. 그러나 일단 암으로 진행되면 수술하더라도 주변 조직까지 모두 들어내야 한다. 5년 생존율은 1기 85∼90%, 2기 75%이고 3기는 50%를 밑돌며 4기는 30% 이하다. 또 일단 암으로 진행되면 아무리 치료를 잘 해도 재발할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암 전단계에서 발견해 치료받는 것이 좋다.”
―자궁경부암을 조기발견하려면….
“성경험이 있는 20세 이상 여성은 최소 1년에 한번 세포를 살짝 긁어내 현미경으로 검사하는 세포진 검사를 받도록 한다. 이 검사법은 암이 있는데도 없다고 잘못 진단되는 비율이 15∼30%에 이르는 것이 단점이지만 자주 받으면 문제는 해결된다. 이 검사로 암이 의심되면 자궁경부를 확대해 관찰하는 ‘확대경 검사’를 받고, 조직검사를 통해 최종 판정한다. 요즘은 세포진 검사에 보조적으로 자궁경부에 초산을 투여한 뒤 사진을 통해 진단하는 ‘자궁경부 확대촬영’, 세포에 HPV 유전자가 있는지 검사하는 ‘HPV 검사’ 등을 곁들이고 있다. 자궁경부암은 일종의 성병이라고 할 수 있으며 부부 모두의 건전한 성생활이 예방의 지름길이다.”
―난소암과 자궁내막암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달라.
“둘 다 자궁경부암에 비해 발견이 어렵다. 난소암은 아랫배 깊숙이 발생하는데다 웬만큼 큰 혹이 있어도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다만 배란횟수가 많을수록 잘 걸리므로 초경이 빠르거나 폐경이 늦은 여성, 임신 경험이 없는 여성은 주의해야 한다. 또 유전적 요인도 있기 때문에 가족 중에 난소암, 유방암, 대장암 환자가 있다면 매년 초음파검사, 혈액검사 등을 통해 난소암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난소암은 수술적 방법을 통해 최종 판정하며 난소, 자궁 등을 들어내고 이후 항암제 치료를 한다. 자궁내막암은 초기에 출혈이 있는 경우가 많아 난소암보다는 발견하기가 쉽다. 초음파 검사, 자궁내막 세포검사 등을 받고 암이 의심되면 조직검사를 통해 확진한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어떻게 뽑았나…산부인과 교수 84명이 5명씩 추천▼
부인 질환 분야의 베스트닥터로는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이효표 교수가 선정됐다.
이는 전국 18개 대학병원의 산부인과 교수 84명에게 △자신의 가족에게 여성 생식기 질환이 있을 때 치료를 부탁하고 싶고 △최근 3년 동안 진료 및 연구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 의사를 5명씩 추천받아 집계한 결과다.
이번 조사에서는 두 60대 원로 교수가 수위를 다퉜으며 가톨릭대 남궁성은 교수는 의료원장 및 의무부총장을 맡아 적극적으로 진료를 볼 수 없다는 점 때문에 명성에 비해 추천을 덜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또 암 이외의 부인 질환을 보는 의사는 ‘불임’ 분야와 겹치기 때문에 많은 의사들이 부인암을 치료하는 의사 위주로 추천을 했다.
▼부인질환 치료 11인의 명의들▼
▼부인암 수술-항암 화학요법의 대가▼
▽남궁성은(59)=자궁경부암의 정밀 진단법인 질확대경 검사와 부인암을 치료하는 수술 및 항암 화학요법의 대가다. 부인 암 조직을 충분히 절제하면서도 암이 번지는 골반 림프절을 선택적으로 절제하는 수술을 개발해 시행하고 있으며 뛰어난 솜씨로 환자의 생식, 배뇨, 배변 기능을 유지시키고 있다. 대한암학회와 대한부인종양학회 회장 등을 맡고 있다.
▼질확대경 이용 암 조기진단 성과▼
▽김재욱(60)=1970년대 후반부터 질확대경을 이용해 암 조기 진단에 많은 성과를 거뒀으며 국내 처음으로 미국 질확대경학회 정회원이 됐다. 암 유전자 분석, HPV 바이러스 검출법 등을 진료에 적용했다. 성선 호르몬 수용체와 난소암 발병의 관계에 대해 밝혀냈다. 수술이 힘들거나 불가능하다고 판단된 많은 부인암 환자를 치료해 ‘해결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HPV감염 통한 암 진행 과정 규명▼
▽박종섭(50)=자궁경부 상피 이형증, 자궁경부암 및 외음부암 수술의 권위자.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이 자궁경부암으로 진행되는 과정을 규명했으며 지금까지 외국 권위지에 5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자궁경부암의 진행 과정에서 유전자들의 기능을 분자생물학적, 생화학적 방법으로 연구하고 있다. 유한의학상, 과학기술부 장관상 등을 받았다.
▼자궁경부암 복강경으로 수술▼
▽남주현(51)=자궁경부암을 복강경으로 수술하는 분야의 권위자다. 국내 의사 중 처음으로 미국 부인종양학회에서 이 수술법에 대한 논문을 구연 발표했으며 매달 전문의를 대상으로 복강경 수술 강연을 열고 있다. 미국 예일대, 하버드대 등에서 난소암 조기진단법에 대해 연구했다. 최근 대한산부인과학회 고시위원장 겸 차기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부인암 분자유전학적 치료 본격화▼
▽이제호(57)=국내 최초로 부인암에 대해 분자유전학적 연구와 치료를 본격화했다. 1987년부터 2년 동안 미국 MD앤더슨 암센터에서 이 분야에 대해 연구했고 1997년부터 5년 동안 과학기술부의 G7 연구비를 받아 암의 유전자 치료에 대한 연구를 주관했다. 1999년에는 자신이 맡고 있는 성균관대 분자치료연구소가 과학재단의 우수연구센터로 지정받았다.
▼한국유전성종양등록소 설립▼
▽강순범(56)=각종 부인암 수술에서 빼어난 솜씨로 정평이 나있다. 초기 자궁경부암의 보존 수술법과 재발한 자궁경부암 환자의 수술법 개발에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어바인의 캘리포니아대에서 교환교수로 재직했으며 미국 국립암센터와 일본 도쿄대 의대 등에서 연수했다. 한국유전성종양등록소를 설립했고 한국부인암연구회를 결성했다.
▼내진만으로 초음파 검사 수준 진단▼
▽박찬규(63)=내진(內診)만으로 초음파 검사 못지않게 정확히 병을 진단하는 명의로 유명하다.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는 밤을 새워서라도 해결해 환자의 신뢰도가 높다. 1994년 국내 최초로 실시한 항암화학방사선동시요법에 대한 연구 업적으로 유한의학상 본상을 받았다. 세계산부인과학회 집행이사, 대한의학학술지 편집인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자궁경부암 진단 세계적 대가▼
▽서호석(52)=자궁경부암 진단의 세계적 대가로 통한다. 동양인 중 처음으로 미국 자궁경부암학회로부터 진단의 정확성을 공인받았다. 2001년 한국여성의 고위험 HPV 감염률을 조사해 발표했고 최근 HPV DNA 검사법의 유용성을 입증했다. 미국 MD 앤더슨 암센터와 화상 협진 체계를 구축했고 고려대 생명공학원과 공동으로 각종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방사선-항암제 동시 치료로 생존율 높여▼
▽유희석(49)=자궁경부암 환자에게 방사선 치료와 항암제 치료를 함께 시행하는 ‘동시 항암화학 방사선 치료’를 도입해 환자의 생존율을 크게 높이고 있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부인암에 대해 연수했고 자궁경부암, 자궁내막암의 암이 번지는 과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최근 ‘부인과 종양’‘국제 부인종양지’ 등 세계적 권위지에 잇따라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암 치료 백신-단백질 특성 연구 성과▼
▽김영태(42)=1997년 국제산부인과학회, 1999년 국제부인암학회에서 각각 ‘젊은 과학자상’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유한의학대상, 과학기술상논문상, 대한산부인과학회 최우수논문상 등을 수상했다. 환상(環狀) 투열 자궁경부 절제술을 암의 조기진단과 치료에 적용하고 있다. 암 치료 백신 개발, 암과 관련한 단백질의 특성 연구 등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생식 내분비 질환-불임-폐경분야 권위자▼
▽서수형(48)=생식 내분비 질환, 불임, 폐경 분야의 권위자.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연수한 뒤 자궁 기형이나 자궁강 내 유착 등을 미세 자궁경을 이용해 수술하는 분야에서 세계적 치료 성공률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대한폐경학회의 홍보위원 및 사추기(思秋期) 간행위원을 맡고 있으며 폐경기의 난소 기능 저하 과정에서 인히빈이란 물질의 역할을 규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부인 질환 전국의 명의들 | |||
이름 | 소속 | 세부전공 | |
이효표 | 서울대 | 부인종양 | |
김재욱 | 연세대 세브란스 | 자궁경부암 등 부인종양 | |
남주현 | 울산대 서울아산 | 자궁경부암, 골반경 수술 | |
강순범 | 서울대 | 부인종양 | |
서호석 | 고려대 구로 | 부인종양 | |
김영태 | 연세대 세브란스 | 난소암 등 부인종양 | |
남궁성은 | 가톨릭대 강남성모 | 자궁경부암 | |
박종섭 | 가톨릭대 강남성모 | 자궁경부암 | |
이제호 | 성균관대 삼성서울 | 부인종양 | |
박찬규 | 연세대 세브란스 | 부인종양 | |
유희석 | 아주대 | 부인종양 | |
서수형 | 한림대 강동성심 | 생식내분비, 폐경기학, 불임 | |
박형무 | 중앙대 용산 | 부인종양, 폐경기학 | |
박상윤 | 국립암센터 | 부인종양 | |
김승철 | 이화여대 목동 | 부인종양 | |
박기현 | 연세대 세브란스 | 부인과 내시경수술 | |
최호선 | 전남대 | 부인종양, 초기암의 보존치료 | |
배덕수 | 성균관대 삼성서울 | 부인종양 | |
송용상 | 서울대 | 부인종양 | |
이병석 | 연세대 영동세브란스 | 생식내분비 | |
노흥태 | 충남대 | 부인종양 | |
김경태 | 한양대 | 부인종양 | |
김성한 | 고신대 | 부인종양 | |
조영래 | 경북대 | 부인종양 | |
김수녕 | 건국대 민중 | 부인종양 | |
허주엽 | 경희대 | 부인종양, 내시경, 만성 골반통 | |
김홍배 | 한림대 강남성심 | 부인종양 | |
배동한 | 순천향대 천안 | 난소암 등 부인종양 | |
이규완 | 고려대 안암 | 자궁암, 난소암 | |
목정은 | 울산대 서울아산 | 난소암 자궁경부암 | |
박종택 | 성균관대 삼성제일 | 부인종양 | |
김병기 | 성균관대 삼성서울 | 부인종양 | |
이선경 | 경희대 | 부인종양, 질 확대경 클리닉 | |
강성원 | 한림대 강남성심 | 부인종양 | |
조동제 | 연세대 세브란스 | 부인종양 | |
이임순 | 순천향대 | 피임, 부인 질환 | |
김재원 | 서울대 | 부인종양 | |
배석년 | 가톨릭대 강남성모 | 자궁경부 이형증, 난소암 조기진단 | |
윤만수 | 부산대병원 | 부인종양 | |
최유덕 | 가천의대 길 | 자궁하수, 자궁근종 | |
남계현 | 순천향대 부천 | 부인종양, 골반 이완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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